신한카드 데이터 해외 첫 판매
해외 금융기관에 한국 카드사 데이터가 수출된 첫 사례가 나왔다. 국가별로 재난지원금의 소비진작 효과를 확인하려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이 한국 카드사의 매출 데이터에 주목한 것이다. 정부와 국내 연구기관도 재난지원금을 어디에 얼마를 지급해야 최대한의 소비진작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카드사 매출 데이터 구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데이터 접근성, 다른 나라보다 낫다”
21일 신한카드에 따르면 지난 15일 ADB는 신한카드와 전체 가맹점 매출 데이터 구매 계약을 맺기로 합의했다. 올 5월 설립된 금융 데이터거래소에서 해외로 데이터가 수출된 첫 사례다.

ADB는 신용·체크카드 지급 방식과 현금 지급 방식 중 어느 방식에서 더 많은 소비유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분석할 계획이다. ADB는 한국에 앞서 일본과 미국 사례를 연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재난지원금을 현금으로 1인당 10만엔(약 110만원) 지급했다. 하지만 현금 지급 효과는 미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난지원금이 힘을 쓰지 못한 건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재난지원금 대부분을 예금으로 넣었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재난지원금이 주로 어느 업종에, 어느 지역에 투입되는지 알 길이 없었다.

ADB는 카드사 인프라가 완비된 한국을 주목했다. 재난지원금 소비지출 내역이 카드사 매출 데이터에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재난지원금의 약 70%가 신용·체크카드로 지급돼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30년간 민간 카드사들이 쌓아온 인프라에 ADB가 주목한 것”이라며 “재난지원금 효과 분석을 위해 데이터를 사겠다는 문의가 여러 기관에서 오고 있다”고 말했다.
재난지원금 효과 알려고…카드 데이터 산 ADB

24개 국내 기관도 카드 데이터 구입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신한카드로부터 카드 매출 데이터를 제공받아 연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재난지원금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업종을 가려내서 그 이유를 분석하기 위해서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일부 업종에서는 오히려 매출이 줄어드는 사례가 있고, 다른 업종에 비해 효과가 현저히 떨어지는 사례도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재정 집행과 정책 검증에 매출 데이터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는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부터 카드 매출 데이터를 받고 있다. 실시간으로 소비 현황을 모니터링하려는 목적에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문화체육관광부도 각각 코로나19로 인한 외식 업종과 관광특구 영향 분석을 위해 카드사 데이터를 구매했다. 보건복지부 보건사회연구원은 아동돌봄 쿠폰의 소비진작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카드사 데이터를 활용했다. 21일 기준으로 신한카드로부터 연구 목적으로 매출 데이터를 구매한 지방자치단체와 중앙부처, 대학 연구진은 24곳에 달한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가명 정보화를 통해 이전까지는 판매하지 못한 소비 건당 데이터와 승인 데이터도 팔 수 있게 되면서 연구 관련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자체들도 카드사 ‘단골손님’이다. 최근 들어서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때문에 지역별 상권 분석에 카드사 데이터가 필수로 자리잡는 추세다. 카드사들도 공익 목적으로 145개 중앙부처·지자체에 무상으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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