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안맞네"…빅3 경제단체 '다른 목소리'
지난 16일 6개 경제단체가 정부의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 움직임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내놨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참여했지만 과거 ‘한몸’으로 움직였던 대한상공회의소의 이름은 없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별도 채널을 통해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부당함을 알릴 계획을 잡은 상태”라며 “반대 의사를 밝히는 것에서 한발 나아가 협상 가능한 대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경제단체들의 설명은 이와 다르다. 지난해 말부터 대한상의가 따로 움직이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는 지적이다. 시작은 지난해 12월 3일 열린 ‘자본시장법·상법 시행령 개정안 관련 경제단체 공동 세미나’였다. 이 행사엔 전경련과 경총 등 경제 5단체가 참여했다. 같은 해 12월 22일에 열린 ‘국민연금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 추진에 대한 경제계 공동성명’, 올해 2월 6일에 열린 ‘국민연금 독립성 확보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 방안 세미나’도 마찬가지였다. 법무부와 공정거래위원회를 대상으로 경제단체들이 공동건의문을 내놓은 지난 7월 17일 행사에도 대한상의는 불참을 선언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요즘 경제 6단체라고 하면 전경련과 경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을 일컫는다”고 비꼬았다.

경제계 일각에선 대한상의가 다른 경제단체들과 선긋기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경련이 주도하는 ‘경제단체 연합’과 함께 움직이는 것이 효과적인지를 따져 필요할 때만 손을 잡고 있다는 얘기다. 전경련은 4대 그룹의 탈퇴 후 영향력이 급격히 떨어진 상태다. 이후 대한상의가 경제단체 ‘맏형’ 자리를 물려받았다는 것이 경제계의 설명이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후임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거론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경총의 움직임은 대한상의와 정반대다. 과거 노사관계에 집중했지만 2018년 손경식 회장이 취임한 이후 활동 범위를 규제완화 요구 등 기업 활동 전반으로 넓히고 있다. 지난해엔 영문 명칭도 ‘한국사용자협회(Korea Employers Federation)’에서 보다 포괄적 의미의 ‘한국기업협회(Korea Enterprises Federation)’로 바꿨다.

업종단체들이 경제단체의 역할을 대신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26개 업종단체가 지난 10일 개최한 상법 및 공정거래법 개정에 대한 토론회는 경제단체 행사 못지않은 관심을 받았다. 이 행사를 주도한 인물은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이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일부 단체는 별도 연합회를 구성해 기업의 목소리를 정부와 정치권에 전달하는 창구로 삼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송형석/도병욱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