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원 벌다 240만원 벌면 실업급여?…예술인 '특혜 논란'
정부가 오는 12월 시행 예정인 예술인 고용보험제와 관련해 소득이 20% 감소해 일을 그만둔 경우도 실업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고용안정성이 떨어지고 처우가 열악한 예술인들의 생활 안정을 돕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발적 이직에 대한 실업급여 지급이 적정한지 논란과 함께 20% 소득감소 기준이 자칫 도덕적해이와 재정 부담을 늘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예술인 고용보험의 세부 시행방안을 담은 고용보험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18일 입법예고했다. 오는 12월10일부터 시행되는 예술인 고용보험과 관련한 보험료율, 실업인정 요건 등을 구체화한 것으로, 정부는 내달 13일까지 이해 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확정할 방침이다.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예술인 고용보험법은 고용보험 적용을 받는 예술인을 '문화예술용역 관련 계약을 체결하고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규정했다. 고용보험료는 예술인과 계약 상대방인 사업주가 각각 2분의 1씩 부담하도록 했는데, 이번 개정안에서는 보험료율을 임금 근로자와 같은 1.6%로 정하고 예술인과 사업주가 각각 0.8%씩 부담하도록 했다.

무분별한 보험 가입을 막기 위해 일정 소득 이하의 예술인은 고용보험 가입이 제한된다. 개정안은 고용보험 적용제외 소득기준을 월 50만원으로 정했다. 다만 둘 이상의 계약을 체결해 얻은 수입이 50만원을 넘으면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논란이 됐던 자발적 이직, 즉 '소득 감소로 인한 이직'의 실업 인정 기준도 정해졌다. 시행령 개정안은 실업으로 인정하는 소득감소 폭을 20%로 정했다. 구체적으로는 △이직 직전 3개월 보수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이상 줄거나 △직전 1년간 월평균 보수가 전년 월평균 보수보다 20%이상 줄어든 달이 5개월 이상일 경우다.

가령 월평균 300만원 가량 소득을 올리던 예술인이 3개월 가량 월평균 240만원을 벌게 돼 다른 일을 하기 위해 하던 일을 그만뒀다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업급여 지급기간은 가입기간에 따라 4~9개월, 지급액 상한액은 하루 6만6000원, 월 최대 198만원이다. 하한액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예술인 고용보험제 도입 취지가 상대적으로 고용이 불안정하고 처우가 열악한 예술인들의 생활 안정을 위한 것이지만 '20% 소득 감소=실업 인정' 요건은 자칫 도덕적해이를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해서 버는 소득과 실업급여 차이가 크지 않거나 오히려 실업급여가 더 많으면 근로 유인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는 시행령 개정안의 소득감소 기준은 기존 자영업자 고용보험의 기준을 준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기존 자영업자 고용보험도 매출액 감소, 적자 지속 등 불가피한 사유로 폐업한 경우 실업급여를 지급한다"며 "논란이 있을 수는 있지만 노동계와 사용자단체, 전문가가 참여한 고용보험제도개선TF 논의를 거쳐 고용보험위원회에서 의결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예술인 고용보험이 본격 시행되면 월평균 보수 220만원 미만의 저소득 예술인들에 대해 고용보험료 80%를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가 추산하고 있는 고용보험 가입 대상 예술인은 총 7만명 규모다. 이 중 3만5000명 정도가 월소득 220만원 미만이라고 보고 보험료 지원 관련 예산 97억원을 편성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