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진과 MMS 데이터를 융합한 3차원 지도 모습. 사진=스트리스
항공사진과 MMS 데이터를 융합한 3차원 지도 모습. 사진=스트리스
자율주행이요?

지금도 가능하지만 가격이 문제입니다.

보급 가능할 정도로 자율주행차 가격을 낮추려면 정밀 지도 확보가 선행돼야 합니다."

자동차 업계가 레벨2 수준의 반자율주행 기능을 보급하고 나섰다. 미국자동차공학회(SAE)는 자동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레벨0부터 스티어링 휠이 필요하지 않은 레벨5까지 자율주행 등급을 구별한다. 레벨2는 사람의 운전을 자동차가 보조하는 수준이지만, 레벨3부터는 고속도로 등 특정 구간에 한해 운전의 주도권이 사람에서 자동차로 넘어간다.

업계는 구글(웨이모)과 테슬라 등이 3단계 자율주행 수준에 도달하고 4단계 안정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평가한다. 웨이모의 경우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택시 웨이모 원을 운영하기도 했다. 다만 이 차량 지붕에는 카메라와 레이더는 물론 라이다와 같은 고가의 센서들이 작은 탑 처럼 쌓인다.

정밀지도 전문 기업 스트리스의 박일석 대표는 "단순히 정확도 높은 자율주행차를 만들고 싶다면 센서를 많이 달고 연산량도 늘리면 된다. 한 대당 10억원 정도 들어갈 것"이라면서 "단순히 기술을 갖추는 것과 양산 가능하도록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안전성 등은 유지하면서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트리스의 MMS 탑재한 차량이 경기도 화성에 구축된 자율 주행 자동차 실험 도시 케이시티(K-City) 도로를 스캔하는 모습. 사진=스트리스
스트리스의 MMS 탑재한 차량이 경기도 화성에 구축된 자율 주행 자동차 실험 도시 케이시티(K-City) 도로를 스캔하는 모습. 사진=스트리스
자율주행차의 가격을 낮추려면 탑재되는 센서와 연산량을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도로의 정보가 담긴 정밀지도다. 정밀지도가 차선과 신호등, 표지판, 건물 등의 장애물 위치를 정확한 좌표값으로 차에 알려주면 차량이 정밀지도를 바탕으로 차선과 신호등, 표지판 등의 위치가 일치하는지 검증하며 주행한다.

이러한 과정은 차량의 연산량을 크게 줄여준다. 사람이 모르는 길을 찾아가는 것을 연상하면 된다. 모르는 길을 찾아가려면 여러 표지판들을 유심히 살피며 가야 하지만, 스마트폰 등으로 지도를 켜면 보다 수월하게 길을 찾을 수 있다. 자율주행차도 지도를 보며 길을 찾는 셈이다.

레벨2 수준을 지원하는 자동차의 반자율주행이 일반 도로보다 고속도로에서 원활히 작동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반 도로에서는 차량이 사전정보 없이 센서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지만, 고속도로의 경우 오픈소스 기반의 정밀지도를 사용해 센서들이 확인해야 할 정보를 대폭 줄여준다. 사전정보가 있으니 차선도 더욱 쉽게 유지된다.
박일석 스트리스 대표가 새로 개발한 MMS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박일석 스트리스 대표가 새로 개발한 MMS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스트리스는 이러한 정밀지도를 제작하기 위해 모바일 맵핑 시스템(MMS)을 자체 개발했다. 박 대표는 "오픈소스 기반의 정밀지도는 존재하지만 오차가 제법 컸다. 일부 지역으로 국한하면 맞는 것 같아도 서울에서 대구까지 연결해서 본다면 오차 탓에 사용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외에서 판매하는 기존 MMS로 측량을 하기에도 한계가 있었다. 기존 MMS는 대당 10억원 가량의 고가인데다 카메라와 라이다, GPS(위성항법시스템) 등의 데이터가 정확히 일치하지 않아 정밀도에 한계가 있었다. 고장날 경우 해외로 보내 수리하는 데 수 개월이 걸렸다. 도심에서는 GPS의 오차도 커졌다.

박 대표는 "한국의 자동차전용도로는 11만km에 달한다. 고가인 기존 MMS로는 1년에 1대로 1000~1500km를 촬영하는 것이 한계였는데, 많은 양을 들여올 수 없어 국내 도로를 모두 촬영하기는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스트리스가 보다 저렴하고 정밀도가 높은 MMS 제작에 나선 이유다.
바퀴 회전수를 측정해 GPS 데이터를 보정하는 장치. 원가 절감을 위해 기성품을 구입하는 대신 스트리스가 직접 제작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바퀴 회전수를 측정해 GPS 데이터를 보정하는 장치. 원가 절감을 위해 기성품을 구입하는 대신 스트리스가 직접 제작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전공자가 부족한 탓에 개발 과정이 쉽진 않았다. 초기에는 대학원 연구실에서 알게 된 센서 업체들을 찾아가 장비를 빌려 실험했다. 5000만원짜리 라이다를 청테이프로 자전거에 붙여 작동시키기도 했다. 박 대표는 "작업자의 실수로 라이다를 떨어뜨린 일이 있었다. 장비 가격이 5000만원이라는 생각이 들어 작업자에게 다치지 않았냐는 말이 나오기까지 2초 정도 걸렸다"며 웃어 보였다.

스트리스는 정부 및 관련 기업들의 지도 제작 사업을 수행하며 정밀지도를 만들고 장비를 개량해갔다. 그 결과 10~20cm 수준의 정확도를 갖추고 차선과 신호등, 표지판 등의 위치는 물론, 가드레일, 교통량, 공사정보 등이 담긴 MMS를 만들 수 있었다. 가격도 해외 장비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박 대표는 "구글 수준의 장비를 만들었다"며 "장비 가격을 2억원대로 낮춰 양산하고 데이터 처리 플랫폼까지 만드는 사업이 올해 안으로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밀지도 제작에 사용할 수 있는 MMS도 상반기 국토교통부 인증을 받았다.

그는 "서울의 자동차 전용도로 촬영은 마쳤다. 상반기에 데이터를 추출해 인공지능으로 신호등, 표지판 등을 인식시키는 사업도 수행했다"며 "20명 이상의 연구원들이 데이터를 경량화하는 방법이나 스마트폰 등을 활용해 장비 가격을 더 낮추는 방법 등을 고민하고 있다. 정밀지도가 갖춰지면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