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부지 공사로 바다에 진흙 5m 퇴적…조개류 폐사·어장 황폐화"
한국농어촌공사 "진흙은 모래보다 무거워 이동에 제한…납득 어려워"
"그물 올리면 시커먼 진흙만"…새만금 어민들 매립공사 피해호소
새만금호 안쪽에서 이뤄지는 '세계 스카우트잼버리' 부지 공사로 인해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펄을 퍼내고 흙을 매립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유물과 미세 진흙이 배수갑문을 통해 바다로 흘러가면서 바다 생태계를 망치고 있다는 게 어민들의 설명이다.

15일 전북 부안군 어촌계에 따르면 최근 어민들은 연일 진흙이 묻은 그물만 건져 올리고 있다.

물고기 등 수산자원은 찾아보기 힘들고 그물에 얽혀 올라온 시꺼먼 진흙을 걷어내는 데만 시간을 보낼 뿐이다.

어민들은 어로(고기나 수산물 따위를 잡는 일) 자체가 의미가 없어졌다고 푸념하고 있다.

미립자 진흙이 갯벌을 덮은 뒤로 조개류 등 어족자원이 숨을 쉬지 못해 폐사하자 물고기들도 격포와 위도 앞바다를 떠났다고 어민들은 입을 모은다.

김인배 부안군 위도면 대리 어촌계장은 "격포와 위도는 예로부터 꽃게와 우럭, 광어, 멸치 등 자원이 풍부한 어장이었다"며 "그런데 올해 초부터 급격하게 어획량이 줄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진흙만 건져 올리는 상황까지 왔다"고 토로했다.

그는 새만금호 내측에서 이뤄지는 세계 스카우트잼버리 부지 매립공사를 그 원인으로 지목했다.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부유물과 입자가 작은 진흙이 가력배수갑문을 통해 나오면서 바다의 생명력을 앗아갔다는 주장이다.

김 어촌계장은 "예전에는 격포와 위도 앞바다에서 닻을 12∼13m 내렸는데 요즘은 7∼8m밖에 내리지 못한다"며 "이미 바다 밑바닥에 진흙이 5m가량 퇴적돼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기상 올해 초 세계 스카우트잼버리 부지 매립공사가 시작된 후부터 어획량이 70% 가량 줄어 어민들이 고충을 겪고 있다"며 "최근 배수갑문이 자주 열리는데 이때마다 엄청난 양의 물이 새만금호와 바다를 드나든다.

물과 함께 바다로 나온 부유물과 진흙이 15㎞ 가량 떨어진 왕등도까지 간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그물 올리면 시커먼 진흙만"…새만금 어민들 매립공사 피해호소
이 소식을 접한 전북환경운동연합은 16일 전북수산산업연합회와 함께 바다로 나가 현장을 조사할 계획이다.

김재병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배수갑문을 통해 나온 진흙이 밑바닥에 쌓이면서 바다가 혼탁해지고 생물들이 살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어민들의 제보가 있었다"며 "내일 문제가 발생한 바다에서 어민들과 함께 실상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잼버리 부지 매립공사를 맡은 한국농어촌공사는 진흙은 수 킬로미터씩 이동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가력배수갑문과 격포, 위도는 상당히 떨어져 있는데 진흙이 그렇게 멀리까지 이동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밀물과 썰물에 모래가 이리저리 이동하는 모습은 쉽게 관찰할 수 있지만, 모래보다 무거운 진흙은 조류를 타고 멀리까지 움직이는 데 제한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올해 초부터 착수한 잼버리 부지 공사 이전에 새만금호 내측에서 농생명 용지 등 여러 공사가 있었는데 관련 민원은 없었다"며 "어민들의 고충을 외면하는 게 아니라 이런 주장은 납득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