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도 신재생 과잉 발전에 '골치'
해외 선진국들도 발전량을 통제하기 어려운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면서 위기를 겪고 있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량 비중이 지난해 기준 33.2%에 달하는 영국이 대표적이다.

13일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영국 전력 수요는 전년 대비 20%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산됐다. 산업용 전력 사용량이 줄어든 영향이다. 반면 태양광 발전량은 크게 늘었다. 이례적으로 맑은 날씨가 이어지고 이동 제한 등 조치로 대기오염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수요는 떨어지는데 공급은 급증한 것이다. 공급 과잉을 막기 위해 화력발전소 상당수를 가동 정지시키면서 지난 4월에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60.5%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태양광을 통한 전력 공급이 계속 늘자 영국에선 전력 품질이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일부 기업에선 공장을 운영하기에 부적합하다는 호소까지 내놨다. 이에 영국의 한국전력에 해당하는 내셔널 그리드가 고육책을 꺼내들었다. 지난 5월 ‘태양광발전 중단 권한’을 정부에 요청해 얻어낸 것이다. 전력 수요가 급감할 때 태양광과 풍력 등 소규모 발전설비의 발전을 중단시키는 대신 추후 발전 중지로 인한 손실을 보상해 주는 방식이다. 미국이나 일본 등 대다수 재생에너지 선진국이 이런 제도를 시행 중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민간 사업자들의 태양광 발전을 중단시킬 권한이 없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급격히 늘리면서도 관련 제도를 정비하지 않은 탓이다. 제주도가 최근 ‘태양광 출력제한 제도’ 시범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관련 사업자들의 강력한 반발에 가로막혀 시행 여부가 불투명하다.

한편 이번 위기로 화력·원자력 등 안정적인 발전 수단의 가치가 증명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6월 발간한 특별 보고서에서 “유럽의 경우 원자력이 수력과 더불어 코로나19로 인한 초과 공급 위기를 넘기게 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며 “원자력은 태양광과 달리 출력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