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반환 소송·감자 가능성 등 예고…추가 자산 매각 여력 미지수
공정위 과징금·검찰 고발도 '악재'…'오너 리스크' 발목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무산되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그룹 재건에도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무리한 사업 확장에서 불거진 유동성 위기가 끝내 그룹의 발목을 잡은 모양새다.

엎친 데 덮친 금호아시아나, 그룹 재건 물건너가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유동성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작년 4월 그룹의 상징이자 매출의 60%를 담당하던 아시아나항공을 팔기로 결정했다.

사실 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2006년 대우건설 인수부터 비롯됐다.

자금 동원력을 넘어서는 무리한 인수가 글로벌 금융위기와 겹치면서 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졌다.

대한통운 인수와 매각, 대우건설 매각, 금호산업 등 주요 계열사의 워크아웃과 자율협약 추진 등 악재가 겹친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을 자금줄로 삼다가 결국 아시아나항공마저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박 전 회장은 작년 3월 그룹 내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정상화를 위해 1조7천300억원을 투입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보유 지분(지분율 30.77%)을 매각하고, 매각 대금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대형 악재로 인해 물거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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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이 영구채 출자 전환을 통해 최대 주주(지분율 37%)로 등극해 직접 관리할 가능성이 크다.

금호산업은 구주 매각 대금 3천228억원을 받아 시행 사업 등의 신규 사업에 투자할 계획을 세웠으나 이번 M&A 무산으로 당분간 신규 투자 계획을 보류하게 됐다.

다행히 금호산업은 아파트 분양물량 확대와 공항공사 발주 확대 등을 통해 안정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작년 매출액 1조5천977억원, 영업이익 555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올해 매출액은 작년 대비 7%가량, 영업이익은 40%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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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에 따른 리스크가 금호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최대 주주 자격 박탈 이후 차등 감자 가능성이 제기된다.

통상 채권단의 출자 전환 이후 최대 주주의 경영책임에 대한 감자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이 장부가 기준으로 3천35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전체 소각시 금호산업에 치명적일 수 있다.

다만 매각 무산이 경영 부실보다는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에 방점이 찍힌 점을 고려하면 감자 가능성은 작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박 전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추진과 동시에 경영에서 손을 완전히 뗀 상황"이라며 "당시 이미 경영책임을 물었는데 다시 감자해 경영책임을 묻는 것은 가중 처벌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채권단 내에서도 감자는 없을 것이라는 컨센서스가 형성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현산과의 계약금 반환 소송도 예고된 상태다.

현산이 이행보증금으로 납입한 2천500억원 중 323억원이 금호산업에 배정됐다.

엎친 데 덮친 금호아시아나, 그룹 재건 물건너가나
이번 건과 유사한 동국제강의 쌍용건설 인수 건을 들어 금호산업에 불리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동국제강은 금융위기와 건설업 불황 등을 이유로 캠코에 쌍용건설의 인수가 조정과 인수 시기 유예를 요청했지만, 캠코는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후 동국제강은 231억원의 이행보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김현욱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인수대금 1조원 할인까지 제시했던 매각 주체의 의지를 고려하면 산은과 금호산업에 부정적이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지주사인 금호고속이다.

코로나 여파로 탑승률까지 떨어져 어려움을 겪는 금호고속은 금호산업 지분(45%)을 담보로 한 대출을 갚기 위해 산은에서 빌린 1천300억원도 갚지 못해 상환을 내년 1월 말로 연장했다.

금호고속의 차입금 상환 여부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존망이 달려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금호고속의 작년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19억원에 불과하다.

광주 유·스퀘어(광주종합터미널)와 목포터미널 등 주요 자산은 이미 담보로 잡혀 있다.

엎친 데 덮친 금호아시아나, 그룹 재건 물건너가나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통매각에 나섰던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등을 제외하면 그룹 내에 금호산업과 금호고속밖에 남지 않는 상황이어서 자산을 추가 매각할 여력도 없다.

일각에서는 광주의 '노른자위'인 유·스퀘어를 개발·매각하는 방안과 목포·여수·순천 등 10여개 터미널을 묶어 정리하는 방안 등도 거론되지만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의 '플랜B'에 금호고속 지원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최근 공정위가 계열사 부당 내부 거래를 문제 삼아 철퇴를 내리면서 '오너 리스크'도 재부상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 27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사업권을 매개로 금호고속을 부당 지원했다고 보고 금호산업 152억원, 금호고속 85억원, 아시아나항공 82억원 등 총 3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박 전 회장과 당시 그룹 전략경영실 임원 2명,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을 검찰에 고발했다.

엎친 데 덮친 금호아시아나, 그룹 재건 물건너가나
그룹 전체의 동반 부실화 우려가 있는데도 총수 일가의 숙원인 그룹 재건과 경영권 회복을 목적으로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높고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금호고속을 통해 계열사 가용자원을 이용, 무리하게 지배력을 확장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금호가(家)와 산은의 악연도 거론된다.

박 전 회장은 2017년 그룹 재건의 '마지막 퍼즐'이었던 금호타이어 인수를 천명했으나 채권단에서 박 전 회장의 6천300억원대 자구안에 반대했다.

박 전 회장은 결국 금호타이어 경영 포기를 공식 발표했고, 그룹 재건도 중단했다.

당시 산은 수장이 연임이 결정된 이동걸 회장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