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도 '항공마일리지 쌓겠다'는 사람을 위한 적금 [송영찬의 핀테크·짠테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하늘길이 막히며 항공 마일리지를 찾는 수요도 급감했다. 마일리지를 모아봤자 언제 쓸 수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신용카드 비교 사이트 ‘카드고릴라’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인기 신용·체크카드 상위 30개 상품 중 항공 마일리지 적립 카드는 1종 뿐이었다. 5종이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전멸’ 수준이다.

위기 속에 언제나 기회는 있는 법. 최근 금융권에서는 마일리지 지급 이벤트를 쏟아내고 있다. 평소 마일리지를 모으는 소비자라면 오히려 지금이 ‘공짜 마일리지’를 쌓을 수 있는 기회다. ‘집콕’하면서도 장거리 왕복 이상의 마일리지 적립도 가능하다. 신용카드 발급에만 국한되던 마일리지 이벤트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스카이패스 신한 인싸적금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10일 발표했다. 지난해 출시된 기존 상품인 ‘신한 인싸 자유적금’의 만기 이자를 돈 대신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주는 이벤트다. 오픈뱅킹에 신규 등록해 타행 계좌에서 매달 50만원씩 입금하면 1년 적금 만기 때 5000마일리지를 준다.

이 적금의 우대금리를 모두 적용한 최대 금리는 연 2.5%다. 약 2만원의 이자 대신 5000마일리지를 주는 것이다. 서울에서 프랑스 파리까지 편도 비행편을 타야 적립할 수 있는 마일리지와 수준이다. 5000마일이면 비수기에 제주도 편도 항공권을 살 수 있다.

새로 신용카드를 발급하면 마일리지를 주는 이벤트도 올해 크게 늘었다. 대한항공은 올 들어 6개 카드회사와 손잡고 마일리지 12번의 이벤트를 진행했다. ‘발급 보너스’로 주는 마일리지가 최대 1만5000마일리지에 달했다. 지난해 대한항공이 진행한 마일리지 지급 이벤트는 딱 한 번뿐이었다. 그나마 받을 수 있는 마일리지도 최대 2500마일리지였다.

항공 마일리지는 ‘포인트계의 제왕’이나 다름없다. 다른 멤버십 포인트에서 마일리지로 전환하면 ‘전환율’은 크게 떨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올 들어 대한항공은 롯데의 ‘엘포인트’나 SK의 ‘OK캐쉬백’ 포인트를 마일리지로 전환하면 일부를 돌려주는 ‘페이백’ 이벤트도 진행했다. ‘콧대 높은’ 대한항공이 OK캐쉬백을 자사 마일리지로 전환한다고 포인트를 돌려주는 것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공짜 마일리지 이벤트가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직격타를 맞은 항공업계의 사정과 관련있다. 소비자가 신용카드를 통해 마일리지를 적립하면 수익은 항공사에 돌아간다. 카드회사는 일반적으로 1마일리지당 10~15원가량을 주고 항공사에서 마일리지를 사온다. 이벤트 마일리지도 마찬가지다. 상황이 어려운 항공사에서는 몇 안 남은 ‘남는 장사’인 것이다.

지금이 여행이 자유로워질 때까지 ‘마일리지 저축’의 타이밍일 수 있다. 필요없는 카드를 해지하고 새 카드를 발급받는 ‘신용카드 리빌딩’이나 새로운 적금 상품 가입만으로 수 만 마일리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나 타이밍은 생명이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