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의 스포츠 세단 G70과 스팅어가 다시 한 번 맞붙는다. 두 모델 모두 부분변경 모델(페이스리프트)을 선보였다. 2년 연속 G70의 판매량을 밑돌았던 스팅어가 첨단 기술로 무장한 ‘스팅어 마이스터’로 G70을 넘어설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첫 대결의 승자는 'G70'

G70과 스팅어의 ‘1라운드’는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아차는 그 해 5월 브랜드 최초의 고성능 세단 스팅어를 출시했다. ‘찌르는, 쏘는’이라는 뜻의 스팅어는 2011년 기아차가 프랑크프루트모터쇼에서 공개한 콘셉트카 GT 디자인을 기반으로 했다. 항공기 엔진 모양과 비슷한 원형 에어벤트(송풍구), 텀블러 타입의 스위치 등 기존의 기아차에서는 볼 수 없었던 디자인이 적용됐다. 스팅어는 사전계약 시작 후 8영업일 만에 2000여대가 팔리고 사전 시승 신청이 4000여건에 이를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더 뉴 G70
더 뉴 G70
그로부터 넉 달 후인 2017년 9월,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G70을 내놓았다. G70은 공식 출시 행사에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제네시스 사업부장(전무), 루크 동커볼케 현대 디자인센터장(전무), 보제나 랄로바 제네시스 컬러 팀장 등 당시의 주요 임원들이 한꺼번에 참석할 만큼 현대차의 ‘야심작’이었다. 해외에서도 ‘2019 북미 올해의 차’, ‘미국 모터트렌드 2019 올해의 차’ 등에 선정돼 전문가와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G70과 스팅어는 자주 비교 선상에 올랐다. 출시 시점이 비슷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실제로 두 모델은 동일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출시 초반에 ‘형제차’로 불린 이유기도 하다. '스포츠카'를 표방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G70과 스팅어는 현대차 티뷰론(1995년), 투스카니(2001년), 제네시스 쿠페(2008년)의 계보를 잇는 현대·기아차의 대표 스포츠 세단으로 자리잡았다.

결과는 어땠을까. 초반 주도권은 스팅어가 잡았다. 두 모델이 출시된 2017년 스팅어는 국내에서 6122대 팔려 G70(4345대)의 판매량을 웃돌았다. 하지만 2018년부터는 상황이 역전됐다. G70은 한 해 동안 1만4417대 판매돼 스팅어(5700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2019년에는 G70 1만1206대, 스팅어 3644대로 G70이 3배 이상 더 팔렸다. 올해도 분위기는 다르지 않다. 지난달까지 G70의 누적 판매량은 5652대를 기록해 스팅어(1870대)를 앞서고 있다.
스팅어 마이스터
스팅어 마이스터

올 가을부터 2차전 시작

하지만 G70도 안심하긴 이르다. 올 가을 출시된 부분변경 모델을 중심으로 2차전이 시작될 전망이다. 기아차는 지난달 27일 주행성능과 첨단 편의 기능을 강화한 ‘스팅어 마이스터’를 출시했다. 디자인은 기존 모델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기아차 최초로 신규 파워트레인 ‘스마트스트림 G2.5 T-GDI’를 탑재해 주행성능을 강화하고 연비를 개선했다. 내비게이션 화면으로 간편 결제가 가능한 기아 페이, 리모트 360도 뷰, 차로 유지 보조 시스템 등 고객 편의사양도 강화했다.

지난 9일 현대차도 ‘더 뉴 G70’을 공개했다. 스포츠 세단의 역동적 디자인을 극대화한 모델이다. 속도감을 표현하기 위해 제네시스 로고의 방패에서 영감을 얻은 ‘크레스트 그릴’을 전조등(헤드램프)보다 낮게 배치하고, 쿼드램프(네 개의 램프)를 두 줄의 대각선 형태로 디자인했다. 전투기 조종석을 연상시키는 실내 운전석, 제네시스 전용 디자인을 적용한 10.25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차량 내 정보 및 오락거리를 제공하는 장비)이 특징이다. 다음달 공식 출시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세단 시장을 노린 두 모델이 같은 시기에 부분 변경모델을 출시하면서 스팅어가 다시 G70을 넘어설 수 있을지 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