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를 위한 ‘플랜B’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인수협상이 결렬되면서 주채권은행인 산은 등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한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일각에선 항공업 경영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산은이 주도하는 경영 정상화 작업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심의회는 오는 10일 회의를 열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2조원가량의 자금 투입 여부를 확정할 계획이다. 정부도 다음주 초 산업 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기안기금 지원에 대한 심의위원 간 공감대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밝혔다.

기안기금이 지원되면 아시아나항공은 2014년 12월 채권단과 맺은 자율협약을 졸업한 이후 6년 만에 채권단 관리체제에 들어간다. 현재로선 산은과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영구채 80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산은 등은 금호산업(30.7%)을 제치고 아시아나항공 지분 36.9%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항공업계는 산은 주도의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상선(현 HMM)은 정부와 산은이 주도한 구조조정의 대표 사례다. 문제는 두 회사 구조조정에 대한 평가가 후하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는 각각 수조원대의 공적자금을 투입했지만 오랫동안 새 매수자를 찾지 못했다. 기대와 달리 경영 정상화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업에 대한 산은의 관리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오히려 경영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4월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 계획을 발표하자마자 산은이 매각 작업을 서둘렀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 후보자를 찾는 매각 작업이 당초 계획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산은은 2조원의 기안기금을 투입해 아시아나항공 경영을 정상화한 뒤 내년께 새 후보자를 서둘러 찾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항공업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매각이 수년가량 지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등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의 분리 매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당초 ‘통매각’을 원칙으로 세운 산은이 시장 상황을 봐서 잇단 분리 매각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저비용항공사(LCC)의 연쇄 부도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LCC를 인수할 기업을 찾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와 별개로 2500억원의 계약금 반환을 둘러싼 HDC현산과 금호산업의 소송전도 조만간 불거질 전망이다. 매각 무산에 대한 귀책 사유가 어느 쪽에 있느냐에 따라 장기간의 법정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HDC현산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어떤 입장도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금호산업은 매각 무산에 따라 구주 매각대금 3228억원가량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그룹 재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강경민/임현우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