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로 당장 내년부터 민간소비가 뒷걸음질칠 것으로 예상됐다. 불황 등 변수를 제외하고 인구 요인만으로 민간소비가 감소하는 것은 산업화가 시작된 1960년대 이후 처음이다.
"저출산 쇼크…내년부터 민간소비 뒷걸음"

저출산에 쫓기는 민간소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내부회의에서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 교수가 발표한 ‘저출산 문제의 이해와 대응방향’을 2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결과, 민간소비는 당장 내년부터 저출산·고령화로 0.0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내용은 하 교수가 작성해 올해 2월 저출산위원회에 제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다른 요소를 배제하고 통계청의 2016년 기준 연령별 소비성향과 인구변화 예상치를 활용해 작성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올해 말 발표할 예정인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방향을 정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다. 2006년부터 5년마다 내놓는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는 인구 문제와 관련된 정부의 다양한 중장기 대책이 담긴다.

여기에 따르면 순수 인구 효과만 분석할 때 내년 민간소비는 저출산·고령화로 0.03%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우선 학령인구 감소로 교육 소비가 크게 줄어 민간소비 감소를 유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내년 민간교육 부문의 소비 감소폭은 2.57%로, 민간보건 부문(0.93%)과 민간기타 부문(0.10%)의 증가폭을 웃돌았다. 2023년에는 민간기타 부문 소비도 감소세로 돌아서며 2030년에는 전체 민간 소비 감소폭이 0.49%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민간보건 부문은 노인 인구 증가로 올해와 비슷한 증가폭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민간소비의 이 같은 감소로 공공소비까지 합친 전체 소비는 2024년(-0.05%)부터 감소세로 바뀔 것으로 예상됐다. 공공소비도 교육 부문을 중심으로 크게 줄기 시작해 2028년부터 전체 공공소비가 감소세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인구는 올해 6월까지 8개월 연속 자연 감소하며 매달 역대 최장 기록을 세우고 있다. 올해 들어 6개월 동안에만 7937명이 자연 감소한 가운데 이민 등 해외 인구 유입으로 전체 인구는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30만3100명을 기록한 신생아 수는 올해 27만 명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집값에 따른 출산율 살펴보니

집값과 출산율 간의 상관관계도 밝혀졌다. 집값이 비싼 지역일수록 출산율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과 인천, 경기 지역 79개 기초 지방자치단체를 분석한 결과 서울 강남구 등 집값 상위 10개 지자체의 평균 출산율은 0.83명이었다. 인천 동구 등 하위 10개 지자체의 출산율은 1.18명으로 0.35명 많았다.

서울 지역 내에서도 집값이 비싼 강남구(0.70명), 서초구(0.79명)의 출산율이 도봉구(0.83명), 금천구(0.90명) 등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지역보다 낮았다. 조사는 임신 결정에서 출산까지 2년 안팎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해 2015년 집값과 2017년 출산율을 비교했다.

관련 자료를 작성한 하준경 교수는 “주거부터 일자리 문제까지 복합적인 문제가 중첩된 저출산 효과가 단기적으로 소비부터 악영향을 주고 있다”며 “가능한 한 빨리 정부가 양질의 종일 돌봄체제를 제공해 여성들의 출산 부담부터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