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독보적인 성장세를 나타내며 올해 세계 전기차 시장의 35%를 차지했다. 경쟁사인 중국 CATL과 일본 파나소닉의 점유율은 대폭 하락했다. 한·중·일 배터리 삼국지에서 한국이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10.5GWh(기가와트시) 중 LG화학이 2.8GWh를 차지해 1위에 올랐다. 1GWh는 전기차 2만 대를 충전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LG화학은 올해 누적(1~7월) 사용량에서도 시장점유율 25.1%로 1위를 지켰다. 삼성SDI(6.4%)는 4위, SK이노베이션(4.1%)은 6위를 기록했다. 올해 한국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35.6%로 작년 같은 기간(15.9%)의 두 배가 넘었다. 세계 전기차 3대 중 1대 이상이 국산 배터리로 움직이는 셈이다.

반면 2위 CATL(23.8%)과 3위 파나소닉(18.9%) 등 경쟁업체들의 점유율은 크게 줄었다. 누적 사용량에서 CATL은 지난해보다 25.5%, 파나소닉은 30.9% 감소했다. 두 업체는 한국 배터리가 부상하기 전에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양분해왔다.

한국이 중국과 일본을 제치고 선두로 치고나갈 수 있었던 배경은 유럽 전기차 시장의 성장에 있다. 작년까지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주도한 것은 중국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정부의 보조금 감축으로 중국이 주춤한 사이 유럽연합(EU)이 과감한 친환경 정책을 펴면서 시장 규모가 역전됐다. 전기차 시장 조사업체 EV볼륨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유럽의 전기차 판매량은 약 41만 대로 중국(38만 대)을 제쳤다.

유럽 전기차 시장은 한국의 ‘텃밭’이다. 중국 내수 시장에 의존하는 CATL과 달리 LG화학은 유럽 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한다. 삼성SDI도 BMW와 폭스바겐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파나소닉은 테슬라에 집중하느라 유럽시장에 소홀했다.

국내 업체의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 판매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LG화학 배터리를 적용한 르노 조에, 아우디 E-트론 EV, 포르쉐 타이칸 EV 등의 판매가 증가했다. SK이노베이션은 현대 포터2 일렉트릭과 쏘울 부스터, 기아 봉고 EV 등의 판매 호조가 성장세로 이어졌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