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1년도 예산안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1년도 예산안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육회(Six Times)', '돼지주물럭(Massage Pork)'…. 이 같은 '엉터리 외국어 메뉴판'이 사라지도록 정부가 내년부터 국내외 한식당에 외국어 메뉴판 번역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1일 국무회의에서 총 555조8000억원 규모의 2021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전년 512조3000억원에서 8.5% 늘어난 규모다. 내년도 예산안에는 한식당 메뉴판 번역 지원을 비롯한 각종 이색·신규 사업도 담겼다.

코로나19 관련 신규사업 '눈길'

올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사회·경제적 변화가 극심한 만큼 관련 신규사업도 다수 포함됐다.

정부는 내년 22억4000만원을 투입해 주민등록증 모바일 확인서비스를 구축하기로 했다. '정부24' 스마트폰 앱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주민등록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최근 공공마스크 구매, 공항·여객터미널 본인확인 절차 등에서 간편하고 믿을 수 있는 본인확인체계에 대한 요구가 생겼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는 주민등록 분실·훼손에 따른 재발급 비용을 연 100억원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중환자를 24시간 모니터링 하는 시스템 개발에는 71억원을 투입한다. AI를 기반으로 중환자의 예후를 예측하고 조기경보해주는 시스템을 갖춘다는 구상이다. 또 의사의 중환자 진단·치료·처방 등 의사결정을 지원해주는 의료정보 기술시스템도 개발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엔터테이먼트업계도 해외 공연이 전면 취소되는 등 극심한 타격을 입었다. 이에 정부는 내년 온라인 K팝 공연장 조성 사업을 내년 290억원 규모로 신설했다. 이를 통해 시·공간 제약 없이 문화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올해 6월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이 개최한 온라인 콘서트 '방방콘'은 107개국에서 75만7000명이 관람했다. 이를 통해 약 250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뒀다.

국민들이 해외를 방문하지 않고 국내에서 국외 소재 한국 문화재를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 개발에도 4억5000만원을 투입한다. 일본 텐리대가 소장하고 있는 몽유도원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는 직지심체요절 등을 디지털화한다는 구상이다.

또 창덕궁 달빛기행, 경복궁 별빛야행 등 궁궐 야간관람프로그램을 실감형 콘텐츠로 제작해 온라인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총 4억8000억원을 들여 360도 증강현실(VR) 영상 4편을 촬영·편집할 예정이다.

어린이집 식중독 발생 시 원인규명 지원

생활 밀착형 신규 사업도 눈길을 끈다.

정부는 어린이집에서 식중독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원인을 찾을 수 있도록 내년부터 소규모 어린이집에 보존식 보관용 소형 냉동고 및 용기를 지원하기로 했다. 예산은 총 30억원 규모다. 21인 이상 50인 미만 어린이집 8592개소의 보존식 냉동고 및 용기 구입비 절반을 보조해준다. 올해 6월 안산 모 유치원에서 집단 식중동이 발생한 이후 집단급식소 식중독 예방뿐 아니라 사후 원인규명도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져서다.

'자녀안심 그린숲(green forest)' 조성에도 50억원을 투입한다. 학교 등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안전한 보행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인도와 차도를 분리하는 숲, 녹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내년 50개소를 새로 만든다. 2025년까지 총 370개소를 조성한다는 게 정부 목표다.

또 국내외 한식당에서 표준화된 외국어 메뉴판이 제공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도 3억원 규모로 신설했다. 내년에는 국내와 국외 한식당 각각 3000곳을 지원할 예정이다. 자부담 비율은 30%다. 개인 운영 한식당을 우선 지원할 방침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