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들이 비대면 금융 서비스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형 은행들의 틈바구니에서 고전하는 와중에 인터넷 전문은행과 핀테크(금융기술)의 공세까지 받으면서 비대면 시장을 공략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설 곳이 없다고 판단해서다.

"비대면 경쟁 밀리면 설 곳 없어"…비장한 지방銀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구은행과 핀테크업체 핀크의 ‘비상금 대출’은 대출 약정액 52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최저금리 연 2%에 1인당 최대 300만원을 빌릴 수 있는 ‘신파일러(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사람)’ 전용 비대면 대출이다. 11개월 새 4만여 명이 이 대출을 받아 갔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통신 정보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를 통해 개인 신용등급 4~8등급인 중·저신용자에게 주로 대출해줬고, 이들을 잠재 고객으로 확보하는 효과를 거뒀다”며 “앞으로도 비대면 방식의 새로운 대출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은행은 지방은행 중에서 정보기술(IT) 도입에 가장 앞선 곳으로 꼽힌다. 지방은행 중 지난 5월 데이터 관리를 위한 빅데이터 플랫폼을 개발했다. 다음달 SK텔레콤과 손잡고 뱅킹 앱 ‘IM뱅크’에 양자보안 기술을 가미할 계획이다.

지방은행들은 인터넷 전문은행이 도입되고 은행 뱅킹 앱이 고도화한 2~3년 전부터 수세에 몰렸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분기 자산 규모 24조4000억원을 기록해 지방은행 5위인 전북은행(18조원)을 제치고 4위 광주은행(26조원)도 넘보고 있다. 지방은행들이 핀테크사와 제휴를 강화하고 비대면 전용상품을 출시하는 등 개인금융 시장 진출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배경이다. 지방은행들은 지역 중소기업의 기업금융과 관공서, 지방대학을 기반으로 관계형 대출 영업을 하는 기존 방식대로라면 생존이 어렵다고 우려하고 있다.

부산은행은 5월 부산시와 협약을 맺고 영업점 방문 없이 100% 비대면으로 받을 수 있는 신혼부부 전·월세자금대출을 선보였다. BNK금융지주를 중심으로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축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핀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BNK핀테크랩 2기’ 선정 업체를 뽑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전북은행은 모바일 웹 대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스마트폰 인증으로 신용대출 가능여부를 확인하고 대출실행까지 가능한 서비스로 하루 평균 400명이 넘는 고객이 이용 중이다. 중금리 대출에 대해선 인공지능(AI)이 대출 심사평가를 진행하는 ‘AI기반 씬파일러(thin filer) 심사’를 하고 있다. 광주은행도 지방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2차 소상공인 대출에 비대면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금융 서비스를 위해 투입할 수 있는 재원과 역량에 한계는 있지만 비장한 각오로 어떻게든 입지를 확보해야 한다”며 “비대면 금융 서비스는 전국적인 영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기회로 삼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