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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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HDC현대산업개발 측에 아시아나항공 인수가를 최대 1조원가량 깎아주겠다고 제안했다. HDC현산이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즉시 거래 무산을 선언한 뒤 채권단 직접관리 체제로 운영하겠다는 것이 산은의 방침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26일 서울 모처에서 만나 아시아나항공 인수 거래 종결을 위한 사실상의 최종 담판을 벌였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논의를 위해 이 회장과 정 회장이 만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이 회장은 정 회장에게 산은 등 채권단과의 공동투자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과 HDC현산이 일정 금액을 매칭해 아시아나항공에 투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채권단은 HDC현산과 함께 최대 1조5000억원씩 총 3조원을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아시아나 인수가격 1조 깎아주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계약금액을 깎아달라는 HDC현산 측의 주장을 일정 부분 수용한 것이다. HDC현산은 지난해 12월 대주주인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 30.77%를 3228억원에 인수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2조1772억원 규모의 신주를 발행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산은의 공동투자 제안은 HDC현산에 당초 계약금액보다 1조원가량 적은 1조5000억원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의미다. 산은은 HDC현산이 당초 합의했던 유상증자 규모와 금호산업에 지급해야 할 구주 대금을 크게 줄여주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줄어든 유상증자 규모만큼의 금액은 ‘마이너스 통장’ 개념인 한도대출(크레디트라인) 방식으로 지원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기존에 지원한 영구채 8000억원에 더해 7000억원의 추가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관건은 HDC현산이 1조5000억원가량의 금액에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의지가 있는지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항공 수요 회복이 요원한 상황에서 HDC현산에는 이마저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정 회장이 최종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채권단은 거래 무산을 선언한 뒤 ‘플랜B’를 시행할 방침이다. 플랜B의 핵심은 채권단이 보유한 영구채 80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산은은 회동이 끝난 후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HDC현산 측 답변을 기다릴 것”이라며 “답변 내용에 따라 금호산업 등 매각 주체와 협의해 향후 일정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경민/이상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