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역에 설치된 클리어윈코리아의 에스컬레이터 핸드레일 살균기
수서역에 설치된 클리어윈코리아의 에스컬레이터 핸드레일 살균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하철역, 공항, 백화점, 마트, 병원 등의 대형 시설 에스컬레이터 핸드레일에 살균기(사진) 부착이 보편화되고 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영국 런던 히드로 공항, 미국 휴스턴 공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공항, 지하철역, 병원, 쇼핑몰 등에 잇따라 설치되고 있다.

하지만 에스컬레이터에 부착된 자가발전식 자외선 살균기를 만드는 유일한 회사가 국내 중소기업이라는 점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2015년 세계 최초로 이 제품을 출시한 클리어윈코리아는 ‘코로나19 특수’에 올해 45개국으로 수출을 늘리며, 매출이 작년 대비 100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사는 자외선 살균 기술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자가발전식 장치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관련 시장을 개척한 주인공이다.
딸 넘어지는 사고가 제품 개발 계기
2019년 1월 클리어윈코리아를 설립한 김유철 사장과 김경연 부사장은 사촌 형제지간이다. 이 제품을 처음 구상한 것은 건축인테리어업계에 ‘잔뼈가 굵은’ 김 부사장이다.

2013년 한 대형 쇼핑몰 에스컬레이터에서 그의 초등학생 딸이 핸드레일을 안잡고 타다 넘어지는 사고를 겪은 것이 제품 개발의 계기가 됐다. 다행히 가벼운 타박상에 그쳤지만 그는 이후 대부분 사람들이 “위생상 찝찝하다”며 핸드레일을 잡지 않고 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실제 한국소비자보호원 조사 결과 지하철역, 백화점, 대형 상가 등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 손잡이에서 검출된 세균은 ㎥당 최대 560 콜로니 포밍 유닛(CFU·세균밀도지수)로 화장실 손잡이(340 CFU/㎥) 보다 많았다.

그렇다고 핸드레일을 잡지 않으면 갑작스런 에스컬레이터 멈춤에 낙상 사고 피해를 입게 된다. 그는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인체에 무해하고 영구적인 살균기능의 장치를 연구하다 세균과 바이러스를 살균하는 자외선 UV-C 효과에 주목했다. 우연히 들른 자전거매장의 자가발전식 라이트에서 힌트를 얻어, 2014년 세계최초로 자가발전식 에스컬레이터 자외선 살균기를 개발하게 됐다.

2015년 7월 처음 제품을 출시하자마자 아무도 기술을 배끼지 못하도록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에 총 19개의 특허를 출원했다. 어떤 에스컬레이터에도 문제없이 구동되도록 2~3년간 제품을 꾸준히 업그레이드시켜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인증을 받았고, 미국(FCC)과 유럽(CE)인증을 모두 획득했다.
중동 한 빌딩에 설치된 클리어윈코리아 엘리베이터 핸드레일 살균기
중동 한 빌딩에 설치된 클리어윈코리아 엘리베이터 핸드레일 살균기
이 회사 제품은 275nm(나노미터) 파장의 UV-C 자외선을 쬐어 세균과 바이러스를 파괴한다. 에스컬레이터 핸드레일의 움직이는 힘에 의해 내부 롤러가 돌아가고, 발전기를 돌려 UV-C를 만들기 때문에 별도의 전원장치나 배터리가 필요 없는 장점이 있다.

지난 6월엔 국내 유일, 아시아 최대의 인수(인간과 동물)공통전염병연구소인 전북대 인수공통연구소의 임상시험도 통과했다. 이 연구소는 코로나에 감염된 세포를 이 자외선 살균장치에 한 번 통과시켰더니 90%. 세 번 통과시켰더니 99%사멸된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에스컬레이터가 회전할수록 살균장치를 더 많이 통과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생존할 가능성은 0%에 가까워지게 되는 것이다. 이 회사가 이 장치를 만든 것도 세계 처음이지만 코로나19 사멸 능력을 임상시험으로 입증한 것도 세계 최초다.
클리어윈코리아 안양공장에서 제품을 설명하는 김유철 사장. 안대규 기자
클리어윈코리아 안양공장에서 제품을 설명하는 김유철 사장. 안대규 기자

이 회사는 제품 출시부터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전인 2019년말까지 5년간 ‘암흑기’를 거쳤다. 김 부사장은 “분명히 필요한 제품인데, 아무도 사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회사는 제품 개발 비용 20억원에 인건비 등 고정비 20억원의 빚을 추가로 지게 되면서 고금리 사채까지 동원해야했다. 직원들에게 6개월가량 월급을 못주게 되면서 지난해엔 11명의 직원 중 한 명만 남고 모두 퇴사하기도 했다. 강남 GFC, 서을스퀘어 등 대형빌딩 냉난방공조 유지보수업체를 운영하던 사촌형 김유철 사장이 거금을 투자하며 회사를 일으켜보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김 사장은 “너무 어려워 전세계 특허를 모두 팔 계획도 세웠다”며 “그동안 쌓은 기술력이 아까워 '1년만 버텨보고 폐업하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클리어윈코리아 제품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김유철 사장(오른쪽)과 김경연 부사장(왼쪽). 안대규 기자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클리어윈코리아 제품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김유철 사장(오른쪽)과 김경연 부사장(왼쪽). 안대규 기자
클리어윈코리아는 지난 2월 코로나사태 폭증 이후 전세계에서 주문 물량이 쏟아져 ‘대목’을 맞게 됐다. 지난 3월 안양 공장을 증설해 월 3000대 생산에서 7000대 생산 체제를 갖췄는데도 주문하면 2~3주뒤에야 인도될 정도로 공급 속도가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8월 현재까지 국내 2000대. 해외 4000대를 판매했다. 우리나라에도 대부분 주요 지하철은 물론 신촌세브란스, 이대목동병원, 고려대병원, 인하대병원, 길병원 등 병원을 비롯해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여의도 IFC몰, 광화문 D타워, 미래에셋 센터원, 이케아 등에 설치됐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삼성화재 서초사옥, LG트윈타워, LG서울역·광화문빌딩, CJ을지로빌딩, KT광화문빌딩 등 주요 기업 사옥에도 설치됐다.

이 회사의 매출 70%는 수출에서 나온다. 해외에선 영국 히드로 공항, 미국 휴스턴 공항을 비롯해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말레이시아, 태국, 대만, 필리핀 등의 공항, 지하철, 병원, 쇼핑센터에 잇따라 설치됐다. 일본 도쿄와 오사카 지하철, 런던지하철, 뉴욕지하철도 곧 수주할 예정이다.

현재 글로벌 에스컬레이터 핸드레일 살균기 시장은 연 4조원대로 예상된다. 중국 터키 등에 유사한 업체들이 생겨나면서 이 회사의 대략적인 시장점유율은 95%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사장은 “중국에 우리 회사의 디자인을 배낀 ‘짝퉁’제품이 나와 특허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세계 어디에도 자가발전형 살균기 기술을 흉내낸 제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 매출 추세라면 올해 2만대 판매도 가능해 이 회사 매출은 올해말 80억원으로 작년(8000만원)의 100배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사장은 “내년 상반기 추가 증설을 통해 월 1만5000대 생산 능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엘리베이터, 개인용 제품 등도 곧 출시해 사업다각화에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빚은 다 청산했고, 현재는 대기업 사모펀드(PEF) 등에서 서로 협력하자는 사업 제안이 쏟아지고 있다"며 "독자적인 기술과 경쟁력으로 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