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끌어모으는 '동학개미' 여파…가계빚 1637조원 '사상최대'

올해 2분기 가계 빚이 1637조원으로 웃돌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차입금을 조달해 주식을 사들이려는 개인 투자자들의 '동학개미 운동'이 작용한 결과다. 가계부채의 증가속도가 소득의 증가속도보다 빠른 만큼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계빚, 2분기에만 26조원 늘어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2020년 2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치)’을 보면 올해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637조2760억원으로 전분기 말에 비해 25조8700억원(증가율 1.6%) 늘었다. 이 같은 증가폭은 올 1분기(11조1149억원)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준이며, 지난해 4분기(27조8000억원) 후 가장 컸다. 가계신용은 은행과 비은행 금융회사의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할부액을 비롯한 판매신용을 합한 금액으로 가계부채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다.

가계신용 증가폭은 지난해 2분기 16조8259억원, 3분기 15조8136억원에서 4분기 27조7520억원을 뛰었다. 올해 1분기에 재차 11조1149억원으로 10조원대로 내려갔지만 2분기에 20조원대 증가폭을 나타냈다. 가계신용에서 비중이 가장 큰 가계대출은 올 2분기 말 1545조7162억원으로 전분기에 비해 23조8838억원(증가율 1.57%) 늘었다. 2017년 4분기(28조7051억원) 후 최대 증가폭이다. 가계대출이 2년 새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주식과 부동산을 사들이려는 가계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주식·부동산에 꽂힌 가계
주식담보대출을 비롯한 증권사의 가계대출(신용공여)은 올 2분기 말 29조9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7조9000억원(증가율 35.9%) 늘었다. 사상 최대 증가폭이다. 빚으로 실탄을 모은 '동학개미'가 등장하면서 코스피 지수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난 3월19일 연중 최저점(1457.64)을 기록했지만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 현재는 2400선을 맴돌고 있다. 지난 6월 23~24일 SK바이오팜 기업공개를 위한 일반 청약 과정에서 31조원 규모의 청약증거금이 몰리기도 했다.

이처럼 증시로 자금이 몰리는 것은 마땅한 투자처가 보이지 않는 데 따른 결과다. 정부가 집값 과열을 막기 위해 부동산 대출 규제망을 촘촘하게 짰다. 은행의 평균예금 금리는 사상 처음 연 0%대로 떨어졌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6월 은행의 저축성수신금리(이하 신규취급액 기준)는 전달에 비해 0.18%포인트 내린 연 0.89%를 기록했다.

전체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도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였다. 주택담보대출은 873조290억원으로 14조8090억원 늘었다. 증가폭이 1분기(15조3470억원)보다는 줄었지만 분기별 증가폭이 4조~12조원에 달했던 2017~2018년에 비해서는 컸다. 신용카드 할부액을 비롯한 판매신용 잔액이 91조6000억원으로 전분기에 비해 2조원 늘었다. 올 1분기에 판매신용은 코로나19 영향으로 가계가 소비활동을 자제하면서 6조1000억원 감소했지만 2분기에는 소비활동이 늘면서 증가세로 전환했다.
◆소득 대비 육중한 가계부채
전문가들은 가계 빚 규모가 소득에 견줘 너무 크다고 우려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빚 비중은 2015년 72.6%에 불과했지만 2016년 77.1%, 2017년 79%, 2018년 81%, 2019년 83.4%로 치솟았다. 올해 2분기는 85%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로 실물경제가 위축되면서 가계의 소득이 줄어든 데다 주식을 비롯한 자산가격이 변동성이 커질 경우 가계부채 부실화 우려가 커질 수 있다. 불어나는 가계부채가 부실화할 경우 금융시스템 건전성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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