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끝나고 회사로 복귀했더니 완전히 다른 세상이네요.”

한 중견 대기업 임원의 토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최근 하루 200명대로 치솟으면서 비상이 걸렸다는 얘기였다. 주요 기업 임직원들은 연휴 후 첫 근무일인 18일 내내 숨가쁘게 움직였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대비해 재택근무 인원을 늘리고 소비 위축에 따른 대책을 모색하느라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한 대기업 임원은 “보건당국의 우려처럼 코로나19가 대유행으로 번지면 올해 실적 하락은 돌이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기업이 제일 먼저 취한 조치는 재택근무 인원 확대다. SK그룹 계열사들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주력 기업인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SK E&S 등은 23일까지 1주일간 전 직원에게 재택근무 명령을 내렸다. SK네트웍스와 SKC, SK머티리얼즈 등은 직원의 절반을 재택근무로 돌렸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코로나19의 확산 상황을 보고 재택근무 기간 연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며 “불가피하게 회사로 출근하는 직원에겐 회사가 비용을 대는 조건으로 대중교통 대신 택시를 이용하라는 지시도 내렸다”고 말했다.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나오면 방송이 올스톱되는 홈쇼핑업체들도 ‘전원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GS홈쇼핑은 18일부터 방송 필수요원을 제외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무기한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지난 2월 확진자가 나와 사옥이 이틀간 폐쇄된 적이 있다. 롯데홈쇼핑과 CJ오쇼핑 역시 대다수 직원에게 기한을 두지 않고 재택근무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재택근무 확대에 난색을 보이는 곳도 있다.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 SK하이닉스 등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직원들을 재택근무로 돌리면 생산관리와 기업 보안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반드시 필요한 경우 외에는 대면 활동과 출장을 삼가라고 공지했다”며 “근무 자체를 집에서 하도록 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항공과 유통, 여행업계는 초비상 상태다. 2분기를 기점으로 회복세로 돌아섰던 업황이 다시 고꾸라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항공업계에선 최후의 보루였던 국내선 여객 수요마저 꺾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선 여객 수는 494만 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547만 명)의 90%에 달한다. 지난 5월 이후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이면서 제주를 비롯한 국내선 항공여객이 늘어난 덕이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도 매출 급감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선을 대폭 확장했다. 한 LCC 관계자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국내 여행 수요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어 초긴장 상태”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전자제품 유통업체 등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한 기업들도 입술이 바짝 마르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몰 등으로 이탈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온라인업체들에 치여 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2차 대유행을 맞았다”며 “한마디로 속수무책”이라고 토로했다.

대면 서비스가 기본인 렌털업체들도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집에 외부인을 들이는 것을 꺼릴 가능성이 높아서다. 렌털업계 관계자는 “가정을 방문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던 2~3월의 상황이 재연될 것으로 보고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계에선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개별 기업의 실적을 넘어 올해 성장률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예측한 -2.0%보다 성장률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항공, 관광 등 이미 한계 상황에 몰려 있는 업종의 기업들이 줄도산하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형석/조수영/김동현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