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금융지주회사가 발행
리스크 적은 조건부자본증권
기관투자가 대상 사전청약서
모집액 두배 가까이 돈 몰려

3.5% 안팎 이자 주는 영구채형
같은 신용등급 회사채의 두 배
은행 또는 금융지주회사가 발행하는 조건부자본증권(Contingent Convertible Bond·코코본드)이 흥행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상품 다수가 같은 신용등급 회사채의 두 배인 연 3%대 이자 수익을 제공해 개인 자산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발행 급증에도 수요 꾸준
코코본드 흥행몰이…"年利 3%대 우량채"

17일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 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민간은행과 금융지주회사 코코본드는 수요예측(기관투자가 대상 사전 청약) 과정에서 전체 모집금액 대비 1.97배의 수요를 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23종, 총 4조2400억원 규모 코코본드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을 한 결과 8조3948억원 규모 기관 자금이 참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급격한 회사채 수요 위축에도 불구하고 작년(1.95배)보다 되레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 덕분에 올 들어 이날까지 최종 발행금액은 최초 모집금액보다 27% 많은 총 5조3800억원에 달했다. 작년 연간 발행금액 5조1300억원을 뛰어넘는 사상 최대 규모다. 종류별로 후순위채형이 9종(2조6400억원)이고, 나머지 14종(2조7400억원)은 영구채(신종자본증권)형이었다.

금융위원회로부터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받으면 투자자 원금을 모두 상각(손실처리)해야 하는 코코본드의 발행 목적은 급격한 기업대출 증가에 따른 선제적 자본 확충이다. 국내 은행들은 2013년 바젤Ⅲ(은행건전성 감독을 위한 국제 협약) 도입에 따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비율을 개선하려면 유상증자를 하거나 코코본드 발행으로 보완자본을 늘려야 한다.
고금리 ‘영구채형’이 더 인기
코코본드 흥행몰이…"年利 3%대 우량채"

코코본드의 인기 배경은 신용등급 대비 높은 이자다. 영구채형 코코본드는 대부분 ‘AA-’ 신용등급에 연 3.5% 안팎의 이자를 제공하고 있다. 같은 신용등급 공모 회사채(5년 만기) 금리가 연 1.7%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두 배에 달한다.

영구채형은 후순위채와 달리 정해진 만기가 없거나 계속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발행회사가 조기상환선택권(콜옵션)을 행사해 5년 또는 10년 이내 상환한다. 가장 최근인 지난 4일 발행한 제9회 BNK금융지주 영구채는 5년 콜옵션에 연 3.38% 이자를 지급한다.

영구채형은 높은 이자 덕분에 연 2%대 이자를 지급하는 후순위채형보다 인기가 높은 편이다. 올 들어 수요예측 결과 영구채형은 처음 모집 계획(총 1조6900억원)의 2.2배에 해당하는 기관 청약 신청을 받았다. 후순위채 경쟁률은 이보다 낮은 1.8 대 1이었다.

수요예측 참여 기관은 대부분 증권사다. 주로 개인투자자에게 팔기 위한 물량 확보가 목적이다. 이경록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영구채형 상품은 투자자층이 주로 개인으로 협소해 신용등급 대비 높은 이자를 제공하고 있다”며 “채권이면서 자본 성격을 지닌 모호한 특성 탓에 기관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위험 낮은 편”
코코본드 투자자는 은행의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거나 외부 지원 없이 차입금을 갚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이면 원금을 모두 날릴 수 있다. 이 밖에도 영구채형의 경우 수익성 악화로 자본건전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이유 등으로 이자 지급이 중단될 수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코코본드 금리를 위험 대비 매력적인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해 은행의 기업대출 비중이 49%로 낮고 자기자본도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말 은행권 기업대출 의존도는 75%로 비교적 안전한 가계대출을 압도했다. 이 연구원은 “1997년 외환위기 때와 비교해 은행권 기초체력이 탄탄해졌다”며 “국내 은행의 제반 경영지표를 고려할 때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당해 원금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