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 6월 경기 안성 롯데칠성음료 스마트팩토리 생산라인을 임원들과 둘러보고 있다.  롯데지주 제공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 6월 경기 안성 롯데칠성음료 스마트팩토리 생산라인을 임원들과 둘러보고 있다. 롯데지주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함께하는 ‘위드(with) 코로나’ 시대가 내년 말까지 계속될 것이다.”

지난달 열린 2020 하반기 롯데밸류크리에이션미팅(VCM·옛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꺼낸 얘기다. 그는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경제상황이 어렵다고 위축되거나 단기 실적에 얽매이지 말고 장기적인 측면에서 본업의 경쟁력을 강화해달라”고 강조했다.

롯데는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와 라이프스타일, 산업구조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 맞는 신기술을 개발해 도입하고 그룹 차원에서 디지털 전환(DT)을 이뤄가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은 메틸셀룰로스(MC) 공장을 늘린다. MC는 대체육의 색을 내는 데 쓰이는 식물성 첨가제다. 코로나19로 여러 국가의 대형 육가공 공장이 문을 닫은 데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대체육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 MC 수요도 함께 늘 것이라는 전망이다.

롯데홈쇼핑은 지난달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패션 소품을 가상으로 착용하는 ‘리얼 피팅’ 서비스를 내놨다. 앱에서 상품을 선택하고 리얼 피팅 메뉴를 클릭한 뒤 휴대폰 카메라에 얼굴을 비추면 착용된 모습을 자동으로 볼 수 있다. 얼굴을 움직이면 실제 상품을 착용한 것처럼 가상 패션 소품이 움직인다. 구찌 안나수이 등 해외 유명 브랜드의 선글라스와 안경 상품에 적용됐으며 주얼리 제품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지난달 서울 중구에 ‘시그니처 DDR점’을 열었다. 이전에는 방문자가 한정된 오피스 빌딩에 주로 시그니처를 열었는데, DDR점은 길거리에 있다. 롯데정보통신과 롯데알미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계열사의 정보기술(IT) 역량과 신기술을 총동원해 보안 기술을 발전시켰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충북 진천군에 18만4000㎡, 지상 3층 규모의 택배 메가 허브 터미널을 짓고 있다. 인공지능(AI) 등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차세대 택배 터미널로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2022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완공 시 하루 150만 박스의 물량을 처리할 수 있다. 최첨단 창고 시설에서 원스톱으로 택배 터미널로 연계되는 물류 서비스로 롯데 e커머스 사업의 핵심 거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정보통신은 경기 안성에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는 생산부터 유통, 재고관리 등 전 과정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공장이다. 롯데칠성음료의 국내 6개 공장 중 가장 큰 규모인 안성공장은 그룹의 대표적인 DT 사례로 꼽힌다. 생산라인마다 설비의 상태 및 생산량 등의 데이터를 중앙 서버로 전송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롯데 계열사들은 기업별 특성에 맞춰 DT 전략을 추진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공장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예지정비,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시스템을 도입했다. 예지정비 시스템은 공장 기계의 정보를 바탕으로 고장 가능성을 파악하는 시스템이다. RPA는 사람이 반복적으로 처리하는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