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넘기 위해 핵심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를 매물로 내놨지만 흥행에 좀처럼 불이 붙지 않고 있다.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혔던 현대중공업그룹이 지난 7일 “인수를 검토한 적이 없다”고 부인 공시를 내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삼일회계법인과 법무법인 태평양을 인수 자문사로 선정하고 내부에서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 현대건설기계는 두산그룹이 인프라코어 매각을 공식화하기 전부터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혀왔다. 국내 건설기계 시장에서 두산인프라코어를 뒤이은 2위 사업자이자 강력한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선전하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세계 시장 확대를 노리는 현대건설기계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IB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기계는 2위 사업자로서 인수전에 참여해 최소한 경쟁사 실사라도 해보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두 가지 변수가 현대건설기계의 등을 돌리게 했다는 분석이다. 우선 두산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의 알짜 자회사인 두산밥캣의 경영권을 유지하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두산밥캣은 소형 건설기계를 생산하는 업체다. 2007년 두산이 미국 잉거솔랜드의 3개 사업부문을 5조원에 인수했다. 밥캣은 올해 2분기에도 깜짝 실적을 내면서 그룹 내 대표적인 알짜 회사로 자리잡았다.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을 위해 두산인프라코어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 후 사업회사만 매각할 예정이다. 두산밥캣을 거느리게 될 지주회사는 두산중공업과 합병시키는 시나리오다. IB업계 관계자는 “밥캣이 패키지에 포함되지 않으면 매물로서 인프라코어의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중국 법인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와 관련한 재무적투자자(FI)와의 소송이라는 변수도 남아 있다. 올 하반기 대법원 판결에서 패소하면 두산은 최소 7000억원 이상을 FI에 물어줘야 한다. DICC 소송비용을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정리해야 매각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