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 행장 취임 7개월
'코로나 위기극복' 지원에 집중
소상공인 25만명에 7조원 대출

미뤄둔 '경영 실험' 본격화
혁신기업 모험자본투자 1.5조로 확대
은행 업무에 AI·빅데이터 도입
빅테크 위협을 기회로 바꿀 것
취임 7개월을 맞은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혁신금융과 바른경영을 양대 축으로 은행 체질개선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취임 7개월을 맞은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혁신금융과 바른경영을 양대 축으로 은행 체질개선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이제 ‘워밍업’(준비운동)은 마쳤습니다. 모험 자본 전문은행으로 변신해 은행업의 위기를 극복해나갈 것입니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입된 25만 신규 고객을 자산으로 차별화된 혁신 경영을 펼쳐나갈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행장은 7개월 전인 지난 1월 3일 취임했다.
“단순 은행 업무론 미래 없다”
10년 만의 외부 출신 기업은행장인 윤 행장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임명 후 한 달간은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이 이어졌다. 2월부터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면서 더 큰 비상이 걸렸다. 은행마다 코로나 관련 대출이 풀렸으나 기업은행에 가장 많은 고객이 몰렸다. 기업은행은 소상공인 25만 명에게 약 7조원의 대출을 내줬다. 지난해 한 해 실적보다 큰 규모다.

이 기간의 노력이 기회로 돌아올 것으로 윤 행장은 기대하고 있다. 그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지원한 기업들이 나중에 우수 장기 고객이 됐다”며 “코로나 사태가 완화되면 신규 고객 및 대출자산이 수익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의 국내 중소기업 대출 점유율은 지난해 말 22.6%에서 올 상반기 22.8%로 올랐다.

윤 행장은 “코로나로 미뤄 왔던 경영 실험을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취임 초 화두로 내건 ‘혁신금융’과 ‘바른 경영’이 양대 축이다. 윤 행장은 이를 위해 지난달 혁신금융그룹과 자산관리그룹 신설을 골자로 한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혁신금융’은 전통제조업 중심으로 이뤄졌던 금융 지원 방식을 산업 변화에 맞춰 재편하겠다는 게 주 내용이다. 윤 행장은 “단순 은행업무로는 더 이상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어렵다”며 “혁신 산업 및 기업을 먼저 발굴해 투자·지원하는 ‘모험자본 전문은행’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2000억~3000억원 수준인 모험자본 투자 규모를 끌어올려 임기 동안 1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기업 규모와 산업에 따라 ‘주치의’ 방식으로 맞춤형 처방도 제공할 계획이다. 그는 “산업 구조 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제조 기업들에는 경영 진단과 컨설팅을 제공해 적응을 도울 계획”이라며 “창업 초기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한 ‘IBK창공’을 해외로 확장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적보다 ‘판매 과정’ 많이 볼 것”
윤 행장이 내건 또 다른 키워드는 ‘바른 경영’이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판매한 디스커버리 펀드가 상반기 환매 중지되면서 곤욕을 치렀다. 이사회는 최근 695억원의 피해액 중 50%를 선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윤 행장은 “디스커버리 피해는 금융감독원의 검사 후 분쟁조정위원회 결과가 나오는 대로 그에 걸맞은 배상을 할 계획”이라며 “비슷한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실적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은행 문화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신설한 자산관리그룹을 중심으로 상품 판매 전 과정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라며 “핵심평가지표(KPI)도 상품 판매 실적보다 고객가치 제고 및 절차 준수 여부를 더 중요하게 보도록 바꿨다”고 설명했다.

은행업의 위기는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통해 풀겠다는 계획이다. 윤 행장은 “은행 고유 업무인 여·수신 분야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기법을 활성화할 것”이라며 “코로나 사태로 늘어난 비대면 고객을 잡기 위해 경쟁력 있는 모바일 전용 상품도 꾸준히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회사와의 시너지를 통해 수익성도 개선할 방침이다. 윤 행장은 “당장 지주사 체제를 만드는 것은 무리가 있어 자회사 관리 조직을 격상시켜 운영 중”이라며 “기업은행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기업금융(IB) 분야에서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소람/송영찬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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