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값 오른 생선 진열은 하지만… > 길어진 장마와 태풍 영향으로 주요 농수산물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12일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서 한 상인이 생물 오징어를 살펴보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 값 오른 생선 진열은 하지만… > 길어진 장마와 태풍 영향으로 주요 농수산물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12일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서 한 상인이 생물 오징어를 살펴보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유례없는 초장기 장마로 채소뿐 아니라 수산물 가격까지 들썩이고 있다. 풍랑주의보로 조업 일수가 줄어 수확량 자체가 감소해서다. 시장에서는 생고등어 경매가가 2주 만에 180% 뛰는 등 이상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金)채소에 이어 ‘금(金)생선’ 사태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신선식품 가격 상승 전방위 확산

12일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에 따르면 안흥 생고등어의 이날 경매가(12마리 묶음 기준)는 4만2000원으로 2주 만에 180% 올랐다. 폭우가 지속됐던 지난주엔 수확량이 ‘제로’에 가까웠다. 고등어는 주로 연안에서 잡히는 터라 기상 상황에 민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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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산 은갈치 1㎏(20마리 기준) 경락가 역시 2주 만에 4만9500원에서 6만9000원으로 40% 뛰었다. 7월부터 어획량이 급감한 오징어는 이달 들어 장마로 인한 조업 일수 감소까지 겹치면서 경락 가격이 2주일 만에 37% 상승했다.

산지에서 선계약으로 물건을 받는 대형마트의 수산물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이날 이마트의 생오징어 한 마리 가격은 1주 전과 비교해 10%가량 올랐다. 롯데마트의 생고등어와 생갈치 한 마리 가격도 같은 기간 각각 약 25%, 12% 상승했다.

채소 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애호박 1개 소매값이 2997원으로 2주일 전 대비 132% 올랐다. 시금치(1㎏) 소매가 역시 같은 기간 43% 상승했다. 이마트 등 대형마트들은 산지와 선계약한 물량을 풀어 그나마 가격을 억제해왔다. 하지만 주별 가격 변동분 반영일인 목요일(13일)부터 일제히 고삐가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마트마다 ‘품절’ 안내판

이날 롯데마트 서울 양평점 신선채소 코너에선 곳곳에 텅 빈 매대가 눈에 띄었다. 치커리, 로메인, 취나물 등은 구매 자체가 불가능했다. 매대 앞엔 ‘역대급 폭우로 인해 많은 생산지가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원활한 상품 공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쓰인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영등포구 주민 허모씨는 “동네에 있는 작은 식자재마트(도매용)에 갔더니 시금치 값이 3~4배 올라서 왔다”며 “더 오르기 전에 사두려고 한다”고 했다.

온라인몰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쿠팡에서는 쌈채소 69개 중 59개가 품절 상태다. 시금치를 포함한 나물류 101개 중에서 구매할 수 있는 품목은 22개뿐이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새벽배송 업체 헬로네이처에선 애호박이 품절됐다. 질 좋은 신선식품을 배송하는 것으로 승부하는 마켓컬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가격보다 좋은 품질의 상품을 골라내는 일이 더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영세 식당들 “가격 올려야 하나”

채소, 생선 등 식료품 전반으로 가격 상승세가 확산하면서 소비자물가도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소비자물가는 전달 대비 0.3% 오르는 데 그쳤다. 하지만 소비자 체감도는 통계 숫자와는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밥상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채소, 과일, 어패류 등 신선식품 물가는 지난달에만 8%가량 올랐다.

관건은 신선식품 가격 폭등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냐다. 업계에선 폭우 뒤 폭염이 채소류 등의 공급에 더 치명적이라고 지적한다. 추석 연휴와 김장철까지 이어질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지갑이 가벼워진 서민 가정엔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영세 식당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재료값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하자니 손님이 끊길 것을 우려해서다. 서울 목동의 한 김밥집 점주는 “시금치 대신 부추를 넣어 김밥을 내놓고 있는데 손님들이 김밥이 질기다고 불만을 털어놔 걱정”이라고 말했다. 쌈밥집들 역시 상추 대신 양배추 등 그나마 외국산 대체가 가능해 가격 상승이 크지 않은 채소를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박동휘/박종필/노유정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