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X지드래곤 에어포스1 파라-노이스/사진=한경DB
나이키X지드래곤 에어포스1 파라-노이스/사진=한경DB
지난달 28일 국내 최대 유통 대기업 롯데백화점이 스니커즈 리셀(패션 운동화 재판매) 플랫폼 운영 벤처업체인 아웃오브스탁과 업무제휴 협약을 맺었다. 아웃오브스탁은 2018년 11월 국내에서 최초로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을 만든 스타트업이다. 롯데백화점은 이를 위해 해외 브랜드 사업팀 내에 스니커즈 전담팀까지 꾸렸다. 국내 대기업 중 처음 리셀 시장 진입을 선포한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7일엔 서울 소공동 본점 명품관에 1122㎡ 규모의 국내 최대 나이키 매장을 열었다. 나이키가 이곳에서 국내 1020세대가 열광하는 한정판 스니커즈를 판매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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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스니커즈 리셀 시장

‘리셀(resell) 열풍’이 국내 유통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리셀은 희소성 있는 한정판 제품을 사서 비싸게 되파는 새로운 개념의 유통 시장이다. 리셀 제품을 전문 중개하는 아웃오브스탁 같은 벤처기업이 문을 열자 무신사, 네이버 등 온라인 쇼핑몰업체들이 뒤를 이었고 이제는 롯데백화점 같은 대기업까지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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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핫한 리셀 시장은 스니커즈다. 이 시장은 가수 지드래곤과 나이키가 올봄 협업해 신발 한 켤레를 내놓으면서 대중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추첨을 통해 판매된 21만9000원짜리 스니커즈, ‘나이키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는 온라인 리셀 플랫폼에서 300만원에서 2000만원대에 되팔렸다. ‘나이키 에어조던×디올’ 협업 스니커즈도 ‘대박 상품’이다. 총 1만3000켤레만 한정 판매했는데 이를 사기 위해 500만 명이 추첨에 응모했다. 당첨 확률 0.16%.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정가 270만~300만원인 이 신발은 곧바로 리셀 시장에서 1500만~2000만원에 팔렸다.

간호섭 홍익대 패션디자인학과 교수(한국패션비즈니스학회장)는 “차세대 소비자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쇼핑 트렌드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짧은 기간에 주식, 부동산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어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선 ‘신종 재테크’로 불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우후죽순 생기는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

미국 투자은행 코웬앤드컴퍼니는 지난해 세계 스니커즈 리셀 시장 규모를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로 추정했다. 2025년까지 약 60억달러로 세 배가량으로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국내엔 스니커즈 리셀 시장 공식 통계치가 없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지난해 시장 규모를 약 5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앞으로 글로벌 시장보다 더 빨리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관련 벤처들이 가능성을 점치고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국내에서 리셀 시장의 문을 연 건 아웃오브스탁이다. 2018년 스니커즈를 좋아하는 마니아 몇이 모여 거래 플랫폼을 만들었다. 같은 해 12월 힌터라는 회사가 ‘프로그’ 플랫폼을 내놨고 작년엔 경매전문업체 서울옥션의 자회사인 서울옥션블루가 ‘엑스엑스블루’를 선보였다. 올해 3월엔 네이버를 등에 업은 스노우의 ‘크림’이, 지난달엔 700만 회원을 보유한 패션 온라인몰 1위 업체 무신사의 ‘솔드아웃’이 시장에 나왔다. 모두 스니커즈를 되파는 리셀 플랫폼이다. 여기에 롯데백화점과 아웃오브스탁이 손잡았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누가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할지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셀 열풍 패션·식품으로 확대

스니커즈에서 시작된 리셀 열풍은 의류, 핸드백으로도 번지고 있다. 지난 5월 펼쳐진 오픈런(백화점 문이 열리자마자 쇼핑하기 위해 상품 매장으로 달려가는 것)도 ‘샤테크(샤넬+재테크)’ 때문이었다. 가격이 자주 오르는 샤넬 제품을 미리 사뒀다가 비싼 값에 되파는 리셀이다. 연간 적어도 2~3번, 많게는 4~5번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명품 브랜드 제품의 리셀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식품업계에도 한정판 굿즈(기념품)를 되파는 리셀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스타벅스가 올여름 기획상품으로 내놓은 ‘서머레디백’(음료 17잔 구매시 제공)은 중고거래 카페 등에서 개당 10만~2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