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와 집중호우로 차량 피해가 늘고 있다. 10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9일부터 이날까지 12개 손해보험사에 접수된 차량 피해는 7113건에 달했다. 낙하물로 인한 파손과 침수가 포함된 건수다. 추정 손해액은 711억원에 달한다. 올해 차량 풍수해 규모는 2011년 993억원 이후 9년 만에 최대다. 2012년부터 작년까지 연간 피해액은 317억∼495억원을 기록했다. 아직 태풍 시즌이 끝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올해 차량 풍수해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울 것으로 관측된다. 약 한 달 만에 차량 피해가 이처럼 큰 것은 장마전선이 장기간 한반도에 머물면서 폭우를 퍼부어서다. 지난 주말 호남 곳곳과 섬진강 일대가 물바다로 변했고,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에는 수도권과 충청권 곳곳이 국지성 폭우로 물난리를 겪었다. 지난달 23일에는 부산 일대에 비가 쏟아져 건물 내부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마저 대거 침수 피해를 봤다.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8월 들어 열흘 동안 내린 비로 사망하거나 실종된 사람은 42명, 이재민은 7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피해는 1만8000건에 육박했다. 집중호우와 맞물려 큰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됐던 제5호 태풍 장미는 소멸돼 그나마 부담을 덜었다. 1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집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이후 집중호우로 인한 전체 사망자는 31명, 실종자는 11명으로 집계됐다. 부상자는 8명이다. 춘천 의암호 선박 전복사고 인명피해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수난사고로 분류돼서다. 이재민은 11개 시·도에서 4047세대 6976명이다. 이 가운데 3411명은 친인척집, 체육관 등에 머무르고 있다. 일시 대피 인원은 4841세대 1만268명으로, 이 중 1523명은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열흘간 시설피해는 1만7958건이 보고됐다. 이중 공공시설이 7857건, 사유시설이 1만101건이다. 피해 농경지 면적은 2만6640ha에 달한다. 시설피해 1만7958건 중 56.4%에 해당하는 1만131건에 대해서는 응급복구가 완료됐다.도로와 철도 등 교통 통제 상황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광주-대구선 등 고속도로 2곳과 부산·전남·경남 등 일반도로 68곳에서 차량 통행이 차단됐다. 서울에서는 잠수교 진입이 전면 통제되고 있다. 철도는 충북선·태백선·영동선·경전선·장항선 등 5개 노선에서 열차 운행이 전면 또는 일부 중단됐다.아울러 지리산·설악산·속리산 등 전국 22개 공원 614개 탐방로, 전북·경기·경남 등 지하차도 5곳, 서울·부산·대구 등 둔치 주차장 196곳도 출입이 제한되고 있다. 또 태풍 여파로 통영∼욕지, 고흥∼제주, 여수∼제주 등 39개 항로의 여객선 운항도 중단됐다.다만 제5호 태풍 '장미'는 소멸돼 부담을 덜었다. 이날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장미는 이날 오후 5시께 울산 서북서쪽 10km 부근 육상에서 온대저기압으로 약화됐다. 지난 9일 일본 오키나와 남남서쪽 600km 해상에서 발생한 지 38시간 만이다. 태풍은 소멸됐지만 비구름대가 밤까지 계속 남아 있어 강한 비가 내리는 곳이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오후 9시까지 서울·경기도와 강원도, 충청도, 경상도를 중심으로 강한 비가 올 예정이다. 경상 동해안과 강원 남부 동해안에는 강풍이 예상된다. 11일은 전국이 대체로 흐린 가운데 중부지방과 전라도, 경북, 경남 북서 내륙에는 비가 오겠다.10∼11일 예상 누적 강수량은 경기 남부, 강원 남부, 충청도, 전북 50∼150mm(많은 곳 200mm 이상)다. 서울·경기 북부와 강원 북부, 전남, 경상도, 제주도, 서해5도, 울릉도·독도는 30∼80mm다.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전국적 호우로 피해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4대강 사업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사진)가 "몇 년 묵은 논란을 왜 다시 꺼내느냐"며 비판했다.진중권 전 교수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재해 복구와 이재민 지원을 위해 함께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앉아서 지난 정권의 정책을 놓고 잘했니, 못했니, 싸움질이나 하고 있나. 병이야 병"이라면서 이같이 지적했다.진중권 전 교수는 전날에도 페이스북에 4대강 논란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낙동강 터지고, 영산강 터졌다. 4대강의 홍수예방 효과가 없다는 게 두 차례의 감사로 공식 확인된 사실"이라며 "4대강 전도사 이재오(미래통합당 상임고문)씨도 사업이 홍수나 가뭄대책이 아니라, 은폐된 대운하 사업이었다는 사실을 솔직히 인정한 바 있다"고 적었다.그러면서 "상식적으로 물을 가둬놓는 기능을 하는 보가 홍수 예방에 도움이 될 리가 없다"면서 "어차피 비 오면 보는 개방해야 하고, 그걸 개방해도 구조물은 남아 있어 물의 흐름을 방해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통합당에서 '뻘소리'가 나오는 건 아직도 그들이 정신을 못 차렸다는 얘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MB정부가 예산 22조원을 투입해 실시한 4대강 사업은 한강·금강·영산강·낙동강 등 4대강에 16개의 대형 보를 설치해 가뭄과 홍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됐다. 그러나 2013년과 2018년 두 차례 감사에서 해당 사업은 홍수 피해 예방과 관련 없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