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연중 최고가 경신

2018년 버블 꺼진 후 시장 성숙
신규 코인 발행 성공 어려워지고
대형 거래소 위주로 개편

"비트코인, 가치저장 수요 확대"
vs "다음 하락 충격은 더 클 것"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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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시세가 지난주 1400만원 가까이로 치솟으며 연중 최고점을 또다시 경신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회사 인터컨티넨털익스체인지(ICE)가 개설한 가상자산 선물거래소 백트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는 비트코인 선물 거래량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등 역대급 신기록을 써가고 있다.

많은 사람이 2017년과 같은 가상화폐 급등장을 기대하는 분위기지만, 상승장이 오더라도 지난번과 같은 분위기는 아닐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예상이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것이 변했기 때문이다.
학습된 투자자, 성숙해진 시장
2017년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점은 시장이 성숙해졌다는 것이다. 2018년 가상화폐 버블이 꺼진 이후 투자자들은 더 이상 장밋빛 미래를 꿈꾸지 않게 됐다. 급등이 오면 반드시 급락이 온다는 점을 학습했다.

백서(사업계획서)만 요란하게 작성해도 쉽게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가상화폐공개(ICO) 시장은 사실상 사멸됐다. 코인 발행은 이제 웬만한 대기업이 도전해도 쉽지 않은 일이 됐다. 3년의 시간 동안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며 대부분의 코인 프로젝트가 사라졌다. 해외 시장에서는 페이스북의 리브라, JP모간의 JPM코인, SBI그룹의 S코인 등이 대표적인 대기업 발행 코인으로 떠올랐다. 국내는 카카오의 클레이, 네이버의 링크, 현대BS&C의 에이치닥 정도가 꼽힌다. 이제 새로운 코인을 발행하려면 이들과 경쟁해 살아남아야 한다.

거래소도 대형 거래소 위주로 개편이 진행 중이다. 투자자들은 ‘먹튀’ 위험이 있는 중소형 거래소 이용을 꺼리고 있다. 법적으로도 중소형 거래소 난립이 불가능해졌다. 지난 3월 국회에서 가상화폐 관련 규제 법안을 담은 ‘특정금융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거래소를 운영하려면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 등을 갖추려면 수십억원에 달하는 인건비와 구축·유지 비용이 들어간다.
가상화폐 합법화하는 국가 늘어나
가상화폐를 둘러싼 규제 환경도 크게 변했다. 2017년에는 한국을 포함해 대부분의 국가에 가상화폐 관련 규제가 없었다. 가상화폐를 기반으로 어떤 사업을 할 수 있는지, 세금은 어떻게 내야 하는지 등이 정해져 있지 않아 혼란이 뒤따랐다.

3년이 지난 지금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지난해 가상화폐 관련 제도 마련을 촉구하면서 세계적으로 가상화폐 규제 수립 움직임이 일었고 한국을 포함해 미국 일본 유럽 등 대부분 국가가 관련 규제를 제정해 적용하기 시작했다.

가상화폐 규제를 가장 빨리 마련한 미국은 은행들이 합법적으로 가상화폐를 주식, 채권 등의 금융자산처럼 수탁할 수 있게 되면서 제도권 편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국도 특정금융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내년 3월부터 시행 예정이며, 국회와 정부가 관련 시행령을 준비 중이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가상화폐 수익에 대한 과세안을 확정지은 것도 이 같은 움직임에 미리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엇갈리는 전망
가상화폐 시장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을까. 시세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피델리티의 가상화폐 서비스 자회사 피델리티디지털에셋은 지난달 29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의 가치 저장 수요가 확대될 전망”이라고 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아다먼트캐피털의 공동 창업자 투르 디미스터도 “가상화폐 시장에 곧 큰 폭의 상승이 있을 것”이라며 “비트코인은 서서히 더 큰 가격 상승을 위한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대표적인 비트코인 회의론자이자 금 옹호론자인 피터 시프 유로퍼시픽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비트코인은 지난해 2월과 10월에도 1만달러를 넘겼지만 이후 각각 38%, 63% 폭락한 바 있다. 지난 5월에도 1만달러를 넘어섰다가 15% 급락했다. 다음 하락은 또 얼마나 클지 기대된다”고 꼬집었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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