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뉴딜 시동거는 사실상 첫 해…예산 전폭 지원
올해 9%대 증가율보단 적지만 확장재정 기조는 유지
내년 예산, 뉴딜·경기회복에 방점…재정확대하되 '속도조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탈출과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해 내년 예산안도 올해에 이어 '슈퍼예산'으로 편성될 전망이다.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고려해 예산 증가율을 올해보다 적게 가져가면서도 확장재정 기조는 유지하는 마지노선을 기준으로 예산안을 준비 중이다.

이렇게 마련한 550조원대 예산으로 한국판 뉴딜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겠다는 게 정부의 그림이다.

◇ 내년 예산 키워드는 '한국판 뉴딜'과 '경기 회복'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 본예산 512조3천억원보다 7∼8%대 증가한 550조원대 수준으로 편성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올해에 이어 또 한 번 대규모 예산을 편성해 코로나19로 꺾인 경기를 되살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코로나19에 주저앉은 경기가 하반기에는 'V자 반등'을 보일 것으로 본다.

생산·투자·소비·수출 등 주요 경제지표가 바닥을 찍고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그 근거로 든다.

그러나 아직 미약한 경기 회복의 불씨를 키우려면 재정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의 경기 회복세와 관련해 "높은 경각심을 갖고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면서 가능한 모든 정책 노력을 기울여 경기반등의 속도는 높이고 반등 폭은 더욱 키워 나가겠다"며 재정 투입을 비롯한 정책 수단 총동원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정부는 특히 한국판 뉴딜에 예산을 집중 투입할 전망이다.

한국판 뉴딜이 경기 회복은 물론, 한국 경제 패러다임 전환까지 이끌 핵심 정책이 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안전망 강화 등 한국판 뉴딜에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2022년까지는 국비 49조원을 포함해 총 67조7천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올해 3차 추가경정예산에 관련 예산이 일부 포함되긴 했으나, 2021년이 사실상 한국판 뉴딜에 시동을 거는 첫해인 만큼 상당한 규모의 예산을 편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데이터 댐과 지능형(AI) 정부, 그린 리모델링 등 이미 발표한 한국형 뉴딜의 큰 그림을 바탕으로 세부 사업을 구체화하는 작업 중이다.

한국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해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작업이라 정부는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첫발을 어떻게 떼는지가 중요한 만큼 내년 예산의 상당 부분을 한국형 뉴딜 '붐업'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내년 예산, 뉴딜·경기회복에 방점…재정확대하되 '속도조절'
◇ 재정 확대하되 건전성 지킬 수 있는 증가율 설정
정부는 올해 본예산을 지난해보다 상당폭 확대한 뒤 세 차례 추경도 편성했다.

이 과정에서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올해 예산 증가율은 9.1%로, 지난해(9.5%)에 이어 2년 연속 9%대를 기록했다.

늘어난 본예산에 1∼3차 추경까지 편성한 이후 나라살림 상황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5.8%까지 올라가 종전 최고 수준이던 외환위기 당시 1998년(4.7%)을 넘어선다.

국가채무는 840조2천억원까지 치솟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43.5%로 올라간다.

정부는 재정 투입으로 경기가 살아나면 세수가 확대돼 다시 재정을 회복할 수 있다고 보지만, 그럼에도 나라 빚의 가파른 증가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이 가진 큰 장점인 튼튼한 재정건전성이 흔들릴 경우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에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편성할 때 재정을 확대하더라도 건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증가율 7∼8%대를 설정할 전망이다.

올해 본예산에 1∼3차 추경까지 포함하면 국가 예산은 모두 547조1천억원이었는데, 내년 본예산을 올해 본예산보다 7∼8%대로 늘릴 경우에는 이보다 예산 규모가 커진다.

올해보다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3년 연속 9%대 수준으로 대폭 확대하지는 않는 마지노선인 것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필요한 곳에는 더 많이, 상대적으로 시급성과 필요성이 떨어진 곳에는 적게 예산을 투입하기 위해 내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을 병행한다.

부처별로 재량지출의 10%를 절감하고, 재원 배분 우선순위를 재조정해 적재적소 예산 투입 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