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신한은행 골드뱅킹에 3000만원을 적립한 직장인 김모씨(38)는 최근 금값을 보면 배가 아프다. 3주 만에 목표가격 3060만원을 달성해 매도했는데, 이후로도 금값이 계속 올라 3200만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김씨는 "목표 수익률을 2%로 안전하게 잡고 목표가격을 설정했는데 7월에만 10%가 넘게 올랐다"며 "재적립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금값이 치솟자 국내 시중은행 금 관련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금 통장을 만들어 입금하면 예금액만큼 금 실물이 적립되는 '골드뱅킹'이 대표적이다.
금값 치솟자 '금 통장'도 고공행진…올해 1040억 몰렸다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국민·우리은행의 7월 말 기준 골드뱅킹 잔액은 6404억원으로 집계됐다. 2003년 골드뱅킹 판매가 시작된 후 월간 기준 최대 규모다.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해 951억원(17.4%)이 늘었다. 특히 올 들어서만 1042억원(24.4%)이 증가했다.

골드뱅킹 잔액은 지난해 말까지 5300억~5400억원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다가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3월 5148억원까지 줄었다.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안감이 자산 현금화 움직임으로 이어져서다.

하지만 달러 약세로 금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금값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6월부터 골드뱅킹 잔액도 늘었다. 골드뱅킹 상승세는 7월 정점을 찍었다. 금값이 7월 한 달간 10.3% 급등하자 골드뱅킹 잔액은 전월 대비 959억원(17.6%) 늘었다. 월간 최대 상승률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제 금값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오르면서 골드뱅킹을 찾는 소비자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금 실물 거래를 부담스러워하는 소액 투자자들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금값 치솟자 '금 통장'도 고공행진…올해 1040억 몰렸다
실제 금 실물을 거래할 때는 부가세 10%에 거래 수수료(사고팔 때)를 추가로 내야한다. 반면 골드뱅킹은 매매차익에 대해서만 15.4%의 소득세를 내면 끝이다. 여기에 0.01g 단위의 소액 투자도 가능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 실물 거래와 달리 골드뱅킹은 가입 대상과 기간, 금액에 제한이 없어 자유로운 입출금이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위험 요소도 있다. 금을 활용하는 파생상품이기 때문에 금값이 떨어지는 만큼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골드뱅킹은 5000만원까지 원금을 보장하는 '예금자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은행들은 위험률을 낮추기 위해 목표·위험 수익률을 설정해 관리하고 있다. 설정한 수치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해지되는 서비스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목표·위험 수익률을 설정해 도달할 경우 소비자에게 통지한다"며 "자동으로 매도·매입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