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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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이후 해외 여행길이 막혔지만, 여전히 월간 수천억원대 여행수지 적자가 이어지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게다가 출국자 1인당 해외지급액은 오히려 10배 이상 급증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일까. 전문가들은 해외 여행,특히 젊은 직장인들의 저가형 여행이 확 줄어든 반면 비즈니스 출장, 해외 유학 등은 상대적으로 덜 감소한 데 따른 영향으로 보고 있다. 출장이나 유학이 여행보다 지출이 많다보니 상대적으로 1인당 지출은 급증하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6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5월 출국자수는 3만7801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5월(240만1204명)과 비교하면 98%나 급감했다.

이처럼 출국자 수가 눈에 띄게 줄었지만, 여행수지는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 확산 이전인 1월 여행수지 적자는 13억2600만달러를 기록했다. 코로나 확산으로 세계 각국이 봉쇄조치에 나서면서 2월 여행수지 적자는 4억6700만달러로 절반 이상 떨어졌다. 이후 3월(3억7300만달러), 4월(3억5200만달러), 5월(1억6000만달러) 등 매월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동시에 1인당 씀씀이는 확 커졌다. 지난 5월 출국자 1인당 여행지급액은 1101달러(약 120만원)에 그쳤지만, 올해 5월엔 1만5608달러(약 1849만원)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해당 월의 여행지급을 출국자 수로 나눈 수치다.

이처럼 개인별 씀씀이가 급증한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여행지급에서 저가형 해외 여행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지고 고가형 출장, 유학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영향 때문이다. 지난해 5월만 하더라도 출국하는 사람들은 해외 여행객들이 대부분이었다. 실제 출국자 연령별 비중도 31~40세가 48만2679명으로 가장 많았고, 21~30세(36만4551명)를 비롯해 0~20세(25만1597명)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 5월 출국자는 31~40세가 3405명으로 가장 많고, 41~50세(2784명) 순이다. 직장 내 임원이나 책임자 급이 출장 목적으로 출국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0대 저가 여행이 급감했지만 30~50대 비즈니스 출장은 상대적으로 덜 줄어든 것이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지난 5월 순수 여행객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입국제한이 풀린 국가를 대상으로 출장에 나서는 직장인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영국을 비롯한 EU와 대만 등 일부 국가는 지난달부터 한국 기업인과 유학생의 입국을 전격 허용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여행객은 줄었지만 장기 연수자나 유학생들은 대부분 그대로 나가다보니 상대적으로 1인당 지출액은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했다"이라며 "해외 여행비용이 뒤늦게 정산된 경우도 여행지급으로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기존 해외유학생이나 거주자에 대한 송금이 여행 지출로 잡히는 점도 1인당 지출액이 늘어난 이유로 꼽힌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