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주요국 신산업 지원 정책 실태와 시사점' 보고서 내놔
미래차는 정부 지원 싸움…美는 9조5000억원, 中은 18조5000억원 지원
한국은 규제만 많아…글로벌 규제 경쟁력 순위 87위
2019년 미국 뉴욕에서 시범운행을 시작한 자율주행 셔틀버스 ‘옵티머스 라이드'.   optimusride.com 제공

2019년 미국 뉴욕에서 시범운행을 시작한 자율주행 셔틀버스 ‘옵티머스 라이드'. optimusride.com 제공

한국에서는 뜨뜻미지근한 지원과 높은 규제 장벽으로 미래차나 인공지능(AI)과 같은 신사업이 태동하기 힘들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들이 파격적인 지원을 하는 것과 대조적이란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6일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교수에게 의뢰해 만든 보고서 ‘주요국 신산업 지원 정책 실태와 시사점’을 내놨다. 주요국들의 신사업 지원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골자다. 미국은 지난 2012년 80억달러(약 9조5000억원) 규모의 전기차 지원방침을 확정했다. 전기차 산업을 키워 2030년까지 자동차 석유 사용량의 50%를 절감하는 게 목표다.

자율주행차 시장도 일찌감치 열어줬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은 2016년 ‘연방자율주행차량 가이드라인’, 2018년엔 ‘자율주행시스템 3.0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규정만 준수하면 자율주행차를 자유롭게 테스트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미국 곳곳에선 자율주행차량 테스트가 진행중이다. 2019년부터 뉴욕에 등장한 자율주행 셔틀버스 ‘옵티머스 라이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은 2025년까지 글로벌 제조강국 대열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담은 ‘중국 제조 2025’ 계획을 추진 중이다. ‘신에너지 자동차’는 10대 육성 사업 중 하나다. 또 ‘자동차와 전기차 산업발전계획(2011~2020)’을 통해 10년간 1000억 위안(18조500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당초 올해 종료하기로 했던 신에너지차 보조금 혜택도 2022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독일은 친환경 자동차 개발 및 대중화를 위한 ‘전기차 개발계획’을 내세우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연구개발과 지능형 전력망 구축을 독려하고 전기차를 구매하면 세제 지원을 한다는 것이 골자다. 독일의 목표는 2022년까지 전기차 100만대를 상용화하는 것이다.
한국이 미래차·인공지능 싸움에서 뒤처지는 까닭은

주요국 정부는 AI와 데이터 산업에도 적극적이다. 미국은 지난해 2월 ‘미국 AI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을 통해 AI 연구개발 투자 확대, AI 학계와 산업계 종사자 대상 정보 인프라 개방, AI 인재 양성, 자국의 가치와 이익에 부합하는 AI 시장개방 등을 강조했다. 올해 1월엔 ‘AI 어플리케이션 규제에 관한 가이드’를 내놓으며 AI 기술개발과 활용을 저해하는 규제장벽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은 2018년 50개 이상의 기업·기관들과 총 10억 파운드(1조5500억원) 규모의 AI 관련 민관 협약을 체결했다. 이 중 3억 파운드 이상을 민간 분야에 투자할 예정이다. 2025년엔 세계 최초로 ‘데이터 윤리 및 혁신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AI와 관련된 윤리적 논란들을 정부가 앞장서서 정리하겠다는 의미다.

한국도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 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법적 논란이 있는 사업의 실증 테스트를 허용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제는 규제와 정책 불확실성이다. 수시로 없던 규제가 생기고 이해관계자들의 여론에 따라 기존 사업에 ‘불법’ 꼬리표를 붙이기도 한다.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9년 국가경쟁력 평가 순위에 따르면 한국은 141개국 중 혁신 역량에서 6위, 비즈니스 역동성에서 25위를 기록했다. 민간의 역량은 주요국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이 WEF의 평가였다. 약점은 정부 규제였다. 정부 규제 부담은 87위로, 방글라데시(84위), 에티오피아(88위) 등 세계 최빈국 수준과 비슷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정부 정책의 안정성(76위)도 미국이나 독일 등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선 신산업들을 주요국에 고스란히 내줄 수밖에 없다”며 “혁신을 저해하는 규제를 없애려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단기간에 시장성 검증과 경쟁력 확보가 어려운 신산업일수록 연속성 있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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