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내선 항공시장의 출혈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국제선 수요가 사라진 가운데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여름 휴가철을 맞아 현금 확보를 위해 국내선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5일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선 여객 수는 494만6467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547만8726명) 대비 90.3%에 달한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이후 월 기준 여객 수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90% 수준을 회복한 건 지난달이 처음이다. 지난달 국내선 운항 편수도 3만3678편으로, 전년 같은 기간(3만3711편)의 99%에 이른다.

LCC들은 매출 급감에 따른 유동성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선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진에어는 지난달 31일부터 김포~포항, 포항~제주, 김포~대구, 김포~울산, 울산~제주 노선 등 5개 노선에 동시 취항했다. 제주항공은 지난 4월 부정기 운항을 시작한 김포∼여수, 여수∼제주 노선을 정기편으로 전환하는 등 총 8개의 국내선 정기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에어서울은 이달 21일부터 김포~부산 노선에 매일 4회 일정으로 신규 취항하기로 했다. 같은 계열사에 속한 LCC들은 통상 노선이 겹치는 중복 취항을 꺼렸지만 코로나19 위기 앞에선 각자도생에 나서고 있다.

국제선 운항 중단으로 유휴 여객기가 많아지며 국내선에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이 늘어났다는 것이 항공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지난달 기준 인천공항을 제외한 국제선 여객 수는 2520명에 불과하다. 제주(2497명)와 김포(13명)를 제외한 나머지 9개 공항의 국제선 승객 수는 지난 4월 이후 한 명도 없다.

문제는 국내선 운항을 늘려도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LCC들의 잇단 출혈 경쟁으로 항공권 가격도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포~부산 편도 항공권 가격은 주말에도 평균 2만~3만원가량으로 서울~부산 고속철도(KTX) 가격보다 싸다.

한 LCC 관계자는 “적자를 보더라도 당장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손해를 보면서 국내선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이날 2분기에 84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발표했다. 1분기 영업손실(657억원)에 비해 적자 규모가 확대됐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