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치동 포스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김환기·박수근·이중섭’전에 걸린 이중섭의 ‘싸우는 소’.
 /포스코미술관 제공
서울 대치동 포스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김환기·박수근·이중섭’전에 걸린 이중섭의 ‘싸우는 소’. /포스코미술관 제공
‘소’ 시리즈로 유명한 국민화가 이중섭, 푸른색 점화로 명망 높은 추상화가 김환기, 평범한 서민들의 삶을 캔버스에 그려낸 서민화가 박수근. 20세기 격동기를 살면서 예술을 지켜낸 한국 현대미술 거장들의 대표작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회가 마련됐다.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지하 1층 포스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백년 기업 포스코가 만난 백 년의 예술: 텡 ?인 들녘-김환기·박수근·이중섭’ 전이다.

작품전시 주제인 ‘텡 ?인 들녘’은 서정주 시인의 대표작 ‘기도’에 나온 글귀를 인용했다. 포스코미술관 관계자는 “텅 빈 들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허전함과 불안함이 상존하는 삶을 묘사한 것”이라며 “텅 빈 들녘에 햇살이 깃들어 삶이 다시 풍요로워지기를 기대하는 뜻을 담았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김환기 13점, 박수근 11점, 이중섭 8점 등 총 32점의 회화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연구센터 소장 문헌 자료 20점이 전시된다. 출품작은 모두 개인 소장품으로 구성됐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미술계 안팎에서 다양한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 대거 걸렸다. ‘소의 화가’로 불리는 이중섭의 ‘소’ 시리즈 중 경매 최고가(47억원) 기록을 세운 ‘소’(일명 피 흘리는 소, 서울옥션 제147회 미술품경매)가 이달 말까지 선보인다. ‘소’ 시리즈의 또 다른 대표작인 ‘싸우는 소’(14억5000만원)도 볼 수 있다.

박수근이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인 1963년 제작해 줄곧 미국에 있다가 지난 6월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된 화제작 ‘노상’도 전시된다. 박수근의 또 다른 대표작 ‘Under Trees’(서울옥션·10억5000만원 낙찰), ‘나무와 두여인’(8억원)도 선보인다.

작가별 작품 구성도 다채롭다. 세계 미술시장에서 한국 미술의 위상을 높이는 견인차 구실을 하고 있는 김환기 작품은 시대별 특성에 따라 전시했다.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작품 세계의 변화 과정을 통해 한국 추상화의 선구자로 불리게 된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박수근의 작품은 귀로, 노상, 나무, 여인 등 주제별로 구성했다.

관람료는 없으며 별도 예약 없이 관람할 수 있다. 관람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둘째, 넷째주 금요일은 운영하지 않는다. 입장 때 발열 체크 및 방문기록 절차를 거치며 동시 관람 인원은 50명으로 제한한다. 전시는 다음달 22일까지. 이어 경북 포항 포스코 본사 포스코갤러리에서 10월 한 달 동안 전시된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