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기반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핀테크 업체 대표는 “적지 않은 추가 비용이 필요해 마이데이터 인가를 받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고 4일 말했다. 소규모 핀테크 업체가 감당하기엔 허가제 문턱이 너무 높다는 불만이다.

마이데이터 허가를 받으려면 자본금(5억원 이상) 요건 외에도 내부망과 외부망을 분리하는 ‘망분리’와 통신회선 이중화, 백업 시스템 등을 갖춰야 한다. 신용조회업 및 유사업무 경험자도 직원으로 보유해야 한다. 마이데이터 사업 사전 수요조사에 응한 119개 업체 중 핀테크 회사는 20여 곳에 불과하다. 핀테크산업협회에 속한 회원사는 200곳을 넘는다. 대부분의 핀테크사가 마이데이터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마이데이터 사업이 도입된 나라 중 한국과 같은 까다로운 수준의 ‘순차적 허가제’를 채택한 곳은 없다. 인터넷 기반 자산관리 서비스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했던 미국에선 별다른 규제 없이 은행과 증권사들이 솔루션 업체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데이터 기반 자산관리 사업을 하고 있다. 승자는 민트라는 핀테크 업체였다. 국내 업체들도 민트를 모델로 삼았다. 개인의 금융정보를 긁어가는 ‘스크래핑’ 방식으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뱅크샐러드와 토스 등이 대표적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화하면 당국의 허가를 받은 업체만 데이터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허가를 받지 못한 업체는 기존 자산관리 서비스를 접어야 할 공산이 크다. 신생 사업자의 탄생이 막힐 수 있는 것이다.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이미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를 우선 심사한다는 게 정부 의도”라며 “아직 자산관리 서비스를 하지 않는 다른 업체도 같은 수준으로 검토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다른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금융분야에선 언제든 초기에 자리를 잡은 업체를 위한 장벽을 만드는 방식으로 규제가 이뤄졌다”며 “마이데이터 사업도 미리 자리를 잡은 업체만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