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유통공룡들의 반격
(7) 이마트 노브랜드
노브랜드 서울 영등포여의도점에서 쇼핑객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이마트 제공

노브랜드 서울 영등포여의도점에서 쇼핑객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이마트 제공

3일 찾은 노브랜드(No Brand) 서울 영등포여의도점. 이마트(141,500 0.00%) 자체상표(PB)만을 취급하는 이 매장에는 생수 브랜드 1위인 제주 삼다수 대신 노브랜드의 자체 생수 제품 ‘미네랄 워터’가 쌓여 있었다. 가격은 2L짜리 6개 묶음 한 개가 1980원. 최저 가격을 내세우는 쿠팡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4000원대에 이르는 상품이다. 온라인 제품의 반값이 안 됐다. 생수만이 아니었다. 800원짜리 물티슈(100장), 프링글스와 똑같이 생긴 890원짜리 감자칩, 1L에 1480원인 우유 등 업계 최저가 제품이 매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노브랜드가 인기 돌풍이다. 브랜드와 마케팅 없이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유통업계 관념을 깨고 값싸고 질좋은 자체상표로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 노브랜드가 처음 나온 2015년 234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5000억원으로 20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브랜드·마케팅…형식 다 뺐다
온라인보다 싸게…'최강 가성비' PB 모았다

노브랜드 전문점은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초저가 할인매장)’다. 가격을 낮출 수 있는 PB 제품이 전체의 70% 이상이다. 가격은 동종 제품보다 20~60% 싸다. 노브랜드가 탄생한 2015년은 ‘불황형 소비’가 화두였다. 가성비가 중요한 가치로 떠올랐다. 똑똑한 소비를 원하는 ‘스마트 컨슈머’들은 같은 제품을 싸게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로 눈길을 돌렸다.

노브랜드는 ‘상식 이하의 초저가’로 소비자를 공략했다. ‘브랜드가 아니다, 소비자다’란 문구를 내걸고 소비자가 원하는 것만 담았다. 마케팅 비용뿐 아니라 브랜드 자체를 버렸다. 기존 브랜드 제품은 가격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었다. 노브랜드는 저렴하게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인지도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찾아갔다. 원가를 낮추기 위해 협력업체와 공동 개발도 했다. 노브랜드의 대표 제품 800원짜리 물티슈는 경기 파주의 강소기업 한울생약이, 890원짜리 감자칩은 말레이시아 대표 식품업체 마미사가 생산한다. 노브랜드의 389개 협력사 중 중소기업은 301곳으로, 전체의 77% 수준이다.
이마트 ‘27년’ 노하우·네트워크로 성장
제품의 본질과 상관없는 서비스는 과감하게 포기했다. 화려한 디자인과 홍보 마케팅도 없앴다. 매장 디자인에도 힘을 들이지 않았다. 이마트와 달리 상품을 가지런히 진열하지 않고 박스째 꺼내놨다. 계산 전담 직원을 두지 않고 셀프 계산대를 마련하거나 일반 직원이 틈틈이 계산하도록 해 인건비를 최소화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노브랜드 전문점 직원 수는 같은 면적으로 비교하면 대형마트의 50~7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쇼핑몰이나 신생 유통업체였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신생 브랜드를 개발해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해도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는 쉽지 않다. 브랜드가 없는 초저가 제품의 품질을 믿고 사는 사람은 더욱 드물다.

노브랜드가 이마트의 PB이기 때문에 성공했다는 평가는 그래서 나온다. 노브랜드 관계자는 “1993년 이마트 1호점이 생긴 뒤 27년간 쌓인 노하우와 제조업체들과의 네트워크, 소비자의 신뢰 덕분에 노브랜드가 성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초저가 슈퍼가 오프라인 매장의 미래 중 하나로 통한다. 노브랜드의 벤치마킹 모델인 독일계 슈퍼마켓 알디와 리들은 일찍이 ‘반값 슈퍼마켓’으로 불리며 유럽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미국과 호주로까지 매장을 확장한 알디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미국 매장 수를 늘리고 있다.

노브랜드는 지역 사회와 상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충남 당진전통시장, 동해남부재래시장, 주문진 수산시장 등 전통시장 안에서 운영하는 전문점인 ‘상생스토어’를 세웠다. 최근에는 가맹점주를 모집하며 자영업자 품기에 나섰다. 지역 소상공인과의 충돌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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