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고 있지만 미국에서 목재 가격은 되레 치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 및 수요 부진으로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던 당초 예상과는 다른 결과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9월 인도분 목재 선물 가격은 지난달 31일 1000보드피트(bf)당 585.80달러로, 올 4월 1일(284.60달러) 대비 두 배 넘게 뛰었다. 미국에서 코로나19의 1차 충격이 닥쳤던 지난 3~4월에 저점을 찍은 뒤 꾸준히 회복세를 타다 지난달 초부터 급등하기 시작했다는 게 목재업계의 설명이다. 목재 선물 가격은 2018년 봄 해충 확산과 대형 산불로 일시 급등했을 때를 제외하고 역대 최고 수준이다. 가정용 건축자재 유통업체인 홈데포에 목재를 공급해온 미 UFP 인더스트리 측은 지난 6월의 소매 판매가 작년 동기 대비 47% 급증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북미 최대 목재 공급업체인 웨스트 프레이저 팀버의 크리스토퍼 매키버 부사장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회사 내 판매팀이 합판이든 목재든 관계없이 무조건 구해만 달라는 고객들을 응대하느라 하루 종일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목재 수요가 이처럼 몰리고 있는 가장 큰 배경은 주택 신축 붐과 무관치 않다. 지난 5~6월 코로나 봉쇄령이 단계적으로 완화된 직후부터 역대 최저 수준의 대출 금리를 활용해 주택을 신축하거나 구입하려는 소비자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재택근무 등으로 출근하지 못하게 된 근로자들이 남는 시간을 이용해 주택을 개량하거나, 기업들이 그동안 손대지 못했던 사무실 인테리어 개선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코로나 사태 여파로 온라인 배송이 활발해지면서 종이 박스의 원료인 목재 수요도 덩달아 뛴 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뉴욕증시에서 주택 건설업체에 투자하는 미 상장지수펀드(ETF)들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S&P500지수 상승률을 두 배 이상 웃돌고 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