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생산·소비 지표 반등했지만…"낙관은 이르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수출을 비롯한 주요 경제지표가 일제히 반등하면서 경기가 회복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은 만큼 섣부른 낙관론을 펼 때가 아니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7월 한국의 수출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7% 줄어든 428억3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수출은 코로나19가 본격화한 3월에 1.6% 줄어든 뒤 4월(-25.5%)부터 6월(-10.9%)까지 석 달 연속 큰 폭으로 감소하다 넉 달 만에 한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했다.

하루 평균 수출 기준으로는 5월과 6월에 각각 18.4% 줄었지만 지난달에는 7%로 감소폭이 작아졌다. 전체 수출액도 3월(462억6000만달러) 이후 4개월 만에 400억달러대를 회복했다. 한국의 1, 2위 수출시장인 중국과 미국 수출이 각각 2.5%, 7.7% 늘어난 게 수출지표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생산지표도 반등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전(全)산업생산은 전달에 비해 4.2% 늘었다. 산업생산이 늘어난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만이다. 같은 기간 제조업 생산도 7.4% 증가했다. 코로나19로 가동을 멈췄던 공장이 다시 돌아가면서 제조업 가동률은 6월 68.3%로 전월에 비해 4.9%포인트 상승했다.

기업들의 심리지표 역시 나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산업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0으로 전달보다 4포인트 상승했다. BSI는 기업의 경기 인식을 조사한 지표로, 100을 밑돌면 경기 악화를 예상하는 기업이 호전을 예상하는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 여전히 100을 밑돌고 있지만 5월부터 7월까지 석 달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민간소비를 좌우하는 가계심리도 서서히 개선되고 있다. 한은이 발표한 7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달에 비해 2.4포인트 오른 84.2로 집계됐다. 기준선(100)을 밑돌지만 5~7월 석 달 연속 상승 행진을 이어갔다. 소비심리가 저점을 찍으면서 가계 씀씀이도 소폭 늘었다. 소매판매는 4월 5.3%, 5월 4.5%, 6월 2.4% 등 석 달 연속 증가했다.

하지만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세계적으로 하루 평균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줄지 않고 있는 데다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경기지표 반등폭이 미미한 데다 코로나19 전개 양상이 주요 국제기구들이 제시한 비관적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고 있다”며 “올해 한국의 성장률이 예상보다 나쁜 -2%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했다.

한국의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 경기의 회복을 낙관하기 어려운 점도 경기 변수로 꼽힌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며 “감염병이 불러올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하락) 충격이 생각보다 강하고 오래갈 것이라는 우려가 짙게 깔려 있다”고 적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