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가 잘되는 것도 안되는 것도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언제나 자신의 가게에 있다.”

외식업을 소재로 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엔 이런 대사가 나온다. 극 중에서 자수성가해 외식업 1위 기업을 키운 회장이 한 말이다. 필자 역시 이 대사에 공감한다.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강의할 때마다 이 구절을 소개한다. 냉정하고 차가운 말이지만 경영주의 능력과 경험치, 체력이 강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필자는 미국 미시간대에서 외식산업경영학을 전공한 뒤 귀국해 2015년 대구에서 ‘근대골목단팥빵’을, 2018년에는 ‘근대골목도나스’를 열며 두 개의 베이커리 브랜드를 창업했다. 안정적인 취업 대신 창업을 택한 이유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유학 시절 초밥 레스토랑, 햄버거 전문점 등 다양한 현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서빙과 청소 등 단순 노동을 했지만 많이 배웠다. 가게마다 다른 손님맞이 방법, 식자재 관리 요령 등을 익혀 창업 때 적절히 활용했다. 귀국해서 부산 남포동 시장에서 씨앗호떡을 팔았다. 이 경험은 서민을 위한 저자본 프랜차이즈 사업모델을 구상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외식업 말단 직원으로 일하면서 고객 응대, 청소, 식자재 관리 등을 먼저 고민하고 익히면 좋다. 창업을 원한다면 원하는 업종에서 최소 몇 개월이라도 아르바이트를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장사가 잘되는 매장이든 망하기 직전이든 가서 경험하면 배울 점은 분명히 있다.

물론 이런 경험이 없다고 해서 창업에 도전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은 예비창업자들을 대상으로 탄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하지만 ‘예비 사장님’으로서 받는 교육과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며 흡수한 노하우는 분명 다를 수밖에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사상 최악의 외식업 위기를 불러왔지만 이런 위기가 처음은 아니다. 작은 매장을 운영했던 2014년 세월호 사태가 터졌다. 다음해에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있었다. 두 사건을 연달아 겪으면서 결국 폐업을 경험했다.

코로나發 외식업 위기 극복한 힘은 밑바닥서 쌓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
몇 년간 공들여 베이커리 사업을 안정시켰는데 이번에는 코로나19가 왔다. 필자가 사업을 일으켰던 본거지인 대구에서였다. 이번에는 앉아서 당하지만은 않았다. 잇단 실패 끝에 얻은 경험을 기반으로 살길을 모색했다. 매장에 손님이 줄자 마켓컬리, 헬로네이처, 쓱닷컴 등 새벽배송 업체에 입점해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위기가 오프라인 사업 위주였던 회사를 온라인 중심으로 바꾸는 계기가 됐다.

정성휘 < 홍두당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