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2분기 배터리 부문 이익 1천555억원 '깜짝실적'
삼성SDI 내년 흑자전환 목표…뒤쫓는 SK이노베이션

전기차 시대 개화에 맞춰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고 막대한 투자를 해온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점점 가시적인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선발 주자인 LG화학는 2분기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은 아직 배터리에서 이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으나, 유럽 전기차 지원정책 확대 등에 따른 수익성 개선이 예고된다.

LG화학부터 흑자전환 성공…쑥쑥 크는 'K배터리'
◇ LG화학 먼저 흑자전환 축포…현재 수주 잔고만 150조원
LG화학은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5천716억원, 매출액은 6조9천352억원이라고 31일 공시했다.

작년 동기보다 영업이익은 131.5%, 매출은 2.3% 증가했다.

특히 자동차 배터리가 2분기에 흑자 전환하며 전지 부문 영업이익이 1천555억원, 매출 2조8천23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LG화학은 2018년 4분기에 전기차 배터리에서 '반짝' 흑자를 낸 적이 있긴 하지만, 이번 흑자 전환의 의미가 남다르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1위(사용량·5월 기준·SNE리서치) 위치를 지키고 있고, 원가 구조를 혁신하고 폴란드 공장 수율을 안정시킨 끝에 이익을 내는 구조적 기반을 마련하면서 거둔 성과이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이날 실적을 발표하면서 "생산 능력을 올해 말까지 100GWh로 늘린다는 목표에 따라 증설 작업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며 "하반기부터 흑자 폭이 본격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LG화학부터 흑자전환 성공…쑥쑥 크는 'K배터리'
LG화학은 수주 잔고 150조원 이상을 확보하고 있고, 공장 증설·투자 확대에 따라 수주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국내 업체 중에서는 가장 먼저 2000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그해 연구·개발(R&D)에 착수한 이후 매년 투자를 확대했다.

지난해 전체 R&D 투자 중 배터리 분야 투자만 30%였고, 시설 투자 금액은 4조원에 육박했다.

오랫동안 대규모 적자를 내면서도 '미래 가능성'을 보고 달려온 끝에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권에 선 데 이어, 본격적으로 수익까지 창출하자 내부에서는 "20년 집념 투자의 결실"이라는 고무적 반응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연간 흑자는 물론, 매년 30% 이상 성장해 이익 규모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LG화학은 예상했다.

시장에서는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매출이 올해 9조원, 내년 16조원, 2024년께는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에 달하는 최대 20조원의 매출을 거둘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LG화학부터 흑자전환 성공…쑥쑥 크는 'K배터리'
◇ 삼성SDI "내년 흑자전환 목표"…SK이노 속속 성과
LG화학에 앞서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진 못했으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는 방향성은 확인했다.

삼성SDI 영업이익은 1천38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34.0% 감소했다.

매출은 2조4천586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6.7% 증가했다.

각 사업 부문별 실적을 개별 공개하진 않았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 배터리 실적은 역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증권사 전망 평균치(컨센서스) 700억원대는 훌쩍 뛰어넘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삼성SDI는 하반기부터 전기차 배터리 수익성이 본격 개선해 내년 자동차 배터리 부문 단독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코로나로 인해 잠시 어려움이 있었으나 빠르게 정상화하고 있다"며 "올해는 작년보다 50% 수준의 높은 성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부터 흑자전환 성공…쑥쑥 크는 'K배터리'
국내 3사 중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은 흑자전환에는 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 2분기 배터리 부문 적자는 전 분기보다 89억원 늘어난 1천138억원이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신규 가동한 해외 배터리 공장들이 조기에 안정화하며 판매량은 늘었다"며 "글로벌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든 일회성 비용이 증가하며 손실이 늘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흑자 전환보다는 투자·수주 확대에 주력하는 단계로, 전기차 시장 팽창으로 배터리 수요가 함께 증가하며 수주도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국내 배터리 3사가 순항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일본 업체들과의 경쟁 격화, 공장 신규 가동으로 인한 수율 안정화와 비용 부담 등이 과제로 꼽힌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영업비밀 침해 등을 둘러싸고 국내외에서 벌이고 있는 소송전도 불확실성 요인이라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온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각국에서 전기차 판매 보조금을 6월부터 강화해 하반기 전기차 배터리 판매 증가가 예상된다"며 "하반기부터 배터리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