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DB손보·KB손보
높은 수수료에도 제휴 결정
수수료 11% 떼어가는데…車보험 3사, 네이버 손잡은 까닭

자동차보험 시장 2~4위인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이 네이버와 제휴하기로 한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네이버가 이들 업체의 자동차보험 견적을 비교해 보여주고, 신규 계약이 성사되면 보험료의 11%를 받아가는 조건이다. 네이버는 전산망 연동 등을 거쳐 내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도 네이버의 제안을 받았지만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빅테크(대형 인터넷기업)의 금융업 공습이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이들 3사도 제휴를 놓고 고심이 깊었다. 내부적으로 “네이버를 활용해 삼성화재와의 격차를 좁히자”는 의견과 “나중에 네이버에 끌려다니면 어떡하느냐”는 우려가 팽팽히 맞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민 끝에 급성장하는 인터넷 자동차보험 시장을 장악한 삼성화재를 견제하기 위해 ‘네이버 위에 올라탄다’는 결정을 내렸다.

국내 자동차보험 시장은 연간 17조원 규모에서 정체돼 있다. 전체 시장은 그대로지만 영업방식은 크게 달라졌다. 설계사 비중은 줄고 ‘인터넷’ 비중이 빠르게 느는 추세다.

인터넷으로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차량은 2016년 266만 대에서 지난해 517만 대(개인용 기준)로 늘었다.
"네이버 종속 자충수" vs "판매 창구 다변화"
네이버와 손잡은 車보험 3사…이해득실 놓고 의견 분분
보험은 모든 금융업 중에서도 ‘디지털화’에 가장 뒤처진 업종으로 꼽힌다. 네이버가 보험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여갈수록 기존 보험사들은 ‘무방비 상태’에서 영업 기반을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생명보험 계약의 99%, 손해보험은 88%가 설계사를 통해 모집됐다. 그나마 인터넷 판매가 가장 활발한 상품이 자동차보험이다. 상품 구조가 비교적 단순하고, 차를 갖고 있으면 무조건 가입해야 하는 의무보험이란 특성 때문이다.
삼성화재 견제 나선 2~4위
네이버는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과의 제휴를 계기로 보험업 진출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자동차보험 시장 2~4위인 이들 업체가 ‘네이버 입점’을 결정한 것은 1위 삼성화재와의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2009년 업계 최초로 인터넷 자동차보험 판매를 시작한 삼성화재는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올 상반기 점유율이 53%를 기록해 2~4위 업체를 모두 더한 것(42%)보다 높다.

이들 보험사 내부에서는 네이버의 제안을 받아들일지를 놓고 격론이 오갔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의 실적이 중요한 영업 담당 부서에서는 찬성하고, 큰 그림을 보는 기획 담당 부서에서는 반대하는 등 의견이 갈렸다”고 전했다.

이 시장은 언택트(비대면) 추세에 힘입어 장기적으로 고속 성장이 예상된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인터넷으로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차량의 비중(개인용 기준)은 2016년 17.4%에서 지난해 31.0%로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층일수록 비대면 채널을 통한 가입 의향이 높아 비중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네이버 요구 ‘11%’ 놓고 논쟁
국내 자동차보험 가입자들은 1년치 보험료로 평균 67만7000원을 낸다(보험개발원 2018년 통계). 네이버는 자동차보험 가격 비교를 통해 성사되는 신규 계약에 대해 광고비 명목으로 보험료의 11%를 받는 방안을 보험사들에 제시했다. 계약이 한 건 체결될 때마다 네이버는 7만~8만원씩을 걷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네이버의 요구가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텔레마케팅(5~10%)이나 핀테크 앱(10%) 등에 비해서는 높은 편이지만 보험대리점(GA)에 위탁 판매하는 수수료(12~14%)보다는 낮기 때문이다. ‘네이버 쏠림현상’이 심해지면 광고비 지출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네이버 측은 “서비스 시점과 광고비 수준 등은 아직 협의 중”이라고 했다.

네이버가 ‘공공성’이 강한 자동차보험을 활용해 막대한 광고비를 거둬들이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도 나온다. 자동차보험 견적 비교는 금융당국과 업계가 구축한 ‘보험다모아’ 등 이미 여럿이다. 금융위가 2017년 네이버 검색에 보험다모아를 연동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네이버는 “건당 7000원을 달라”는 방침을 고수해 무산된 적도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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