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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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이 제시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의 거래 종결 시한(8월12일)을 앞두고 매각 측인 금호산업과 매수 측인 HDC현대산업개발이 30일 각각 장문의 보도자료를 내서 ‘난타전’을 벌였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현산 쪽이었다. 이날 오전 10시50분께 금호산업이 이틀 전 “8월12일 이후에는 계약해제 및 위약금 몰취가 가능하다”는 내용증명을 보낸 것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는 내용의 자료를 배포했다. 현산은 “오히려 금호산업 및 아시아나항공이 인수계약을 위반했으므로 계약을 해제하고 반환절차를 진행할 수 있으나, 재실사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재실사 요청은 계약금을 반환받기 위한 구실이 아니다”며 “재실사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이 미래 불확실성을 감내할 수 있을지, 계약 당사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이 어느 정도의 희생을 분담할지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과 30분 후엔 금호산업이 8페이지에 달하는 장문의 반박 자료를 뿌렸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이 계속기업으로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합리적인 조치(1조7000억원 자금지원)에도 부동의로 일관했다”고 비난했다.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했다는 현산 주장에 대해서는 아예 일지별 제공 자료 등을 표로 만들어 조목조목 따졌다. 금호산업은 “현산이 이 거래를 종결하려는 진정한 의지 없이 책임 회피를 위한 구실을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주장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거래가 틀어졌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인수를 포기한 채 계약금 반환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관점이다. 하지만 정 회장과 가까운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산은 여전히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바라고 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모빌리티 회사’로의 전환을 도모하기 쉽지 않다는 생각이 여전하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항공업이 큰 타격을 받았고,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으며 아시아나항공의 지배구조가 전과 달라진 지금의 아시아나항공은 현산이 감당하기 쉽지 않은 물건이라는 인식이 있다. 따라서 재실사를 통해 미래 현금흐름과 자금 부족분을 다시 따져 본 뒤 인수 여부를 정하겠다는 게 현산의 관점이다.

그러나 금호산업과 산은은 정 회장의 인수 의지 자체를 의심한다. 가장 큰 이유는 ‘소통 방식’ 때문이다. 직접 만나지 않고 내용증명만으로 소통을 하자고 하는 것 자체가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금호산업은 이날 보도자료에서도 “현산이 돌연 내용증명 우편을 통한 의사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4월 말부터 인수준비위원회 활동이 눈에 띄게 소극적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지금껏 양측이 주고받은 공문은 내용증명 형태로만 100통 가량, 그 외 공문을 포함하면 수백통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아시아나항공의 회계 문제에 대한 인식 차이도 현격하다. 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와 손실이 대규모로 늘어나고 내부 회계시스템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점 등이 판단에 중요한 요인이라고 반복하고 있다. 매각 측은 관련 자료를 이미 제공했으며 인수단이 파견돼 내부 상황을 다 들여본지 수개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꼬투리를 잡는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은 전에 비해 훨씬 낮아졌다. 금호산업은 이날 “협의의 가능성은 열어놓겠다”는 짧은 문장만을 보도자료에 넣었다. 현산이 “국유화를 하더라도 재실사가 필요하다”는 논리까지 제시하면서 여전히 ‘구애’ 모드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기사는 07월30일(16:1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상은/이선아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