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기업의 비결

루이비통·슈프림 등과 협업
브랜드 가치 '쑥'

알루미늄폴 이용한 접이식 의자로 세계서 인정
"유일무이한 오리지널 제품 만들어
오래 쓰는 빈티지 제품으로 인정받겠다"
라영환 헬리녹스 대표가 자사 전시장에서 캠핑용 의자, 테이블, 텐트를 소개하고 있다.   헬리녹스 제공

라영환 헬리녹스 대표가 자사 전시장에서 캠핑용 의자, 테이블, 텐트를 소개하고 있다. 헬리녹스 제공

캠핑장비 업체 헬리녹스는 지난달 9각 텐트 ‘노나돔 4.0 블랙’을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통해 ‘추첨’ 방식으로 팔았다. 개당 200만원에 육박하는 이 텐트 판매 물량은 50개에 불과했지만 구매를 신청한 소비자가 1만 명을 넘어선 데 따른 고육지책이었다. 구매 문의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설립 11주년이 된 캠핑장비업체 헬리녹스는 미국, 유럽 등 해외 캠핑장비 시장에서 ‘명품’ 대접을 받는 브랜드다. 헬리녹스는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주력인 해외시장에서 위기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에 불고 있는 캠핑 열풍에 힘입어 지난 4월부터 급증한 국내 수요에 대응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27일 서울 한남동 헬리녹스크리에이티브센터에서 만난 라영환 헬리녹스 대표는 “가용자원을 최대한 동원해 대응하고 있지만 생산에 6개월~1년 정도 걸리는 캠핑용품의 특수한 상황 때문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캠핑시장 급성장
해외서 명품 대접받는 캠핑장비 '헬리녹스'

헬리녹스는 지난 상반기에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전화위복’을 실감했다. 지난 2월 말 이후 사람들의 이동이 통제되면서 미국과 유럽의 캠핑용품 전시회가 대거 취소됐고, 대형 유통업체들은 연달아 주문을 취소했다. 올해 매출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매출의 작은 비중을 차지하던 국내 시장에서 반전이 찾아왔다. 미국, 유럽에 쌓여 있던 재고를 비행기로 한국에 실어오면서 대응했지만 수요를 맞추지 못할 정도로 주문이 몰렸다.

라 대표는 “올해 코로나19를 계기로 국내 시장에서 마니아층 중심이던 헬리녹스 제품이 일반 대중에게까지 많이 알려졌다”며 “주력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도 캠핑 수요가 회복되고 있어 하반기에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2018년 매출은 300억원 이었다. 올해 매출은 작년의 두 배를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일무이한 제품으로 승부
라 대표가 헬리녹스 프로젝트 관련 일을 시작한 것은 병역의무를 마친 뒤 휴학중이던 2009년이다. 당시 그의 나이 25세. 아버지 라제건 회장이 창업한 ‘텐트폴 세계 1위’ 동아알루미늄에서 기획과 영업을 담당하는 이사가 첫 보직이었다. 라 회장은 아들의 감각을 믿고 오랫동안 개발해 오던 등산용 스틱을 자체 브랜드로 판매해 볼 것을 권했다. 라 회장은 신제품인 초경량 의자도 헬리녹스 브랜드로 판매하기로 했다. 2009년 등산용 스틱과 우산을 시작으로 2012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의자를 출시했다. 2012년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한 초경량 의자 체어원의 판매가 늘어남에 따라 헬리녹스를 독립법인으로 출범시키고 1년 후 당시 이사였던 아들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독특한 디자인과 뛰어난 성능을 인정받았고, 이후 테이블 텐트 등 캠핑용 액세서리로 제품군을 확대해나갔다. 이 과정에서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라 대표는 "아버지는 평소에 '꽃은 나비를 따라가지 않는다 꽃이 향기롭게 피면 나비가 찾아온다'고 강조했다"며 "제조업이라는 정체성을 지키면서 걸작을 만들면 소비자는 제품을 자연스레 찾는다는 생각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했다"고 말했다.

헬리녹스는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2013년 일본의 ‘몬로’라는 브랜드를 시작으로 나이키, 슈프림 등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다양한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협업)을 통해 다양한 아웃도어 제품을 생산하며 브랜드 가치를 키워 나갔다. 작년 7월엔 루브르박물관 중앙정원에 있는 ‘유리 피라미드’ 설립 30주년 기념 영화 상영회에 헬리녹스 의자 1000개를 깔기도 했다.

라 대표는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디자인과 기능을 가진 ‘오리지널’ 제품인 동시에 오랫동안 써도 빛이 나는 ‘빈티지’ 제품으로 인정받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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