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재산 보장하라.” “집값은 니들이 올렸지 우리가 올렸냐.”

25일 오후 7시30분 서울 다동 예금보험공사 앞.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규탄하는 시민들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구호를 외쳤다. 이들의 손엔 LED(발광다이오드) 촛불이 들려 있었다. ‘촛불’로 탄생한 현 정부에 촛불로 저항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부동산 대책 규탄 집회는 지난 4일과 18일에 이어 세 번째로 열렸다. 집회 참여 시민은 4일 약 100명, 18일 약 500명에서 이날 5000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은 1500명)으로 늘었다. 참가자 수만 늘어난 게 아니다. 이전엔 부동산 대책 비판에만 치중했다면 이날 집회에선 문재인 정부 자체에 대한 분노와 정권 퇴진을 외치는 목소리가 커졌다.

사회를 맡은 ‘자국민우선국민행동’ 대표 이형오 씨는 “이 정부는 1시간 일한 사람과 10시간 일한 사람을 차별하면 안 된다는 의식을 갖고 있다”며 “부동산 대책도 이런 삐뚤어진 평등 의식에서 나왔고 서민들이 피땀 흘려 번 재산을 강탈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30대 참가자는 “이건 부동산 정책 저항 운동이 아니라 사회주의 저항 운동”이라고 말했다.

‘신발 투척 퍼포먼스’도 펼쳐졌다. 참가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표가 붙은 의자를 향해 신발을 던졌다. 16일 국회에서 50대 남성 정모씨가 문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집어던진 것을 따라 한 것이다.

부동산 관련 피해 사연을 소개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인터넷 카페 ‘6·17 규제 소급 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시민모임’ 운영자라고 소개한 한 여성은 “아픈 아이 때문에 대학병원 근처로 이사하려고 아파트 분양권을 받았는데 갑자기 규제 지역이 돼 잔금 대출이 막혔다”고 호소했다. 이어 “대출을 받으려면 6개월 안에 기존 주택을 팔아야 한다는데 지방에선 부동산 거래가 씨가 말랐다”며 “정부가 지방 부동산 사정을 전혀 모른다”고 주장했다. 6·17 시민모임 관계자는 “앞으로도 매주 토요일 집회를 열 것”이라고 했다.

온라인에선 ‘실검(실시간 검색) 챌린지’ 운동도 이어지고 있다. 실검 챌린지는 정해진 시간에 특정 문구를 집중 검색해 높은 검색어 순위에 올리는 집단행동이다. 25일 오후 6시께엔 ‘나라가 니꺼냐’는 문구가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