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X, 애플은 LO
SK하이닉스는 쌀집
경쟁사 부르는 '별칭'에 담긴 의미
삼성전자는 LG전자를 'X'라고 부른다. 오랜 경쟁 과정에서 쌓인 앙금 영향이 크다.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9' 전시장에서도 LG전자는 자사 TV(오른쪽)와 삼성전자 8K TV(왼쪽)의 화질을 비교하며 삼성전자를 공격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는 LG전자를 'X'라고 부른다. 오랜 경쟁 과정에서 쌓인 앙금 영향이 크다.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9' 전시장에서도 LG전자는 자사 TV(오른쪽)와 삼성전자 8K TV(왼쪽)의 화질을 비교하며 삼성전자를 공격했다. 연합뉴스

'X사(社)'. 삼성전자 직원이 LG전자를 부를 때 쓰는 말이다. 1년 넘게 전자업계를 취재하는 동안 삼성전자 사람들이 "X애들 왜 저러는거야"라고 얘기하는 걸 자주 들었다.

'L'이라고 부를법도한데 하필이면 X라고 하는 지에 대해선 삼성전자 직원들도 몰랐다. X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 지도 알 수 없었다. 그냥 예전부터 LG전자는 X였다고한다.

적어도 좋은 의미는 아닐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수 십 년 이어지고 있는 삼성·LG 간 치열한 경쟁으로 서로에 대한 앙금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놓고봐도 LG전자는 '8K TV 화질'을 놓고 삼성전자를 먼저 공격했다. 공정거래위원회까지 갔고 결국 중재안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감정 싸움이 지속됐다. 두 회사에서 TV사업을 담당하는 직원들은 상대편에 대해 지금도 이를 갈고 있다.
삼성전자, "애플을 사랑하라"고 했지만
삼성전자가 강력한 경쟁자 미국 애플에 대해선 뭐라고 부를까. X에 비해선 고상하고 낭만적이다. 답은 'LO'다. 'Love Opponent', '경쟁자를 사랑하라'는 구호의 줄임 말이다. 애플을 LO라고 본격적으로 부르기 시작한 건 2000년대 후반, 2010년대 초반부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 구도가 확고하게 자리 잡았을 때다.

갤럭시 스마트폰의 해외 영업·마케팅을 총괄하며 애플과의 치열한 경쟁을 주도했던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고위 임원들이 LO라는 말을 만들었다는 얘기가 있지만, 확실하진 않다.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애플을 정말 사랑했을까. 애플에 대한 낭만적인 별칭과 달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고위 경영자들은 공식 자리에서 수시로 '타도 LO'를 외쳤다고 한다.
2013년 11월 서울의 한 휴대폰 대리점에 갤럭시와 아이폰 광고판이 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2013년 11월 서울의 한 휴대폰 대리점에 갤럭시와 아이폰 광고판이 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SK하이닉스는 쌀집, 삼성전자는 갈비집
삼성전자 사람들이 SK하이닉스를 어떻게 부를까. 얼마 전 삼성전자 DS(반도체·부품)부문 출신 직원에게 들어보니 '쌀집'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왜 쌀집일까. 반도체가 '산업의 쌀'이라서(?). 아니다. SK하이닉스 본사가 경기 이천에 있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이천은 쌀의 명산지로 유명하다. 동국여지승람 등 옛 문헌엔 '이천은 땅이 넓고 기름진 곳으로 밥 맛 좋은 자채쌀을 생산해 임금에게 진상했다'고 적혀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가전시장에서 경쟁하는 LG전자처럼 SK하이닉스는 글로벌 D램 시장의 경쟁업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삼성전자 점유율은 44.1%로 1위, SK하이닉스는 29.3%로 2위다.

D램 시장에서 1위 삼성전자. 10%포인트 안팎의 격차를 둔 2위 SK하이닉스 구도가 수 년 간 이어져서 그런지, 두 회사의 관계는 상대적으로 평화롭다. 간혹 D램이나 낸드플래시 신제품 개발 관련 기술경쟁이 벌어지거나, 핵심 인력 이직과 관련해서 법정 다툼이 발생하긴해도 공개적인 감정 싸움까지 치닫지는 않는다.

SK하이닉스 사람들은 삼성전자를 어떻게 부를까. 일부 SK하이닉스 직원들은 삼성전자를 '갈비집'이라고 부른다고 전해진다. 삼성전자 본사가 '왕갈비'로 유명한 경기 수원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원엔 삼성전자 TV와 가전을 담당하는 CE(소비자가전)부문이나 스마트폰을 맡고 있는 IM(IT&모바일) 부문이 있다. SK하이닉스와 경쟁하는 삼성전자 DS부문의 본거지는 경기 화성이다.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NN(Next NOKIA)'이라 부르는 이유
중국 화웨이는 내부에서 삼성전자를 'NN'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NN은 'Next NOKIA(노키아)'의 줄임말이다. "삼성전자가 (휴대폰 사업에서 망한) 노키아의 전철을 밟아야한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노키아는 핀란드에 본사를 둔 정보기술(IT)기업이다. 1800년대 제지업체로 시작했지만 전 세계에 이름을 떨친 건 '휴대폰'이었다.1992년 첫 휴대폰을 출시했고 2005년엔 누적 휴대폰 판매량 10억대를 달성했다. 1998년부터 2011년까지 13년 동안 글로벌 휴대폰 점유율 1위를 유지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삼성전자 애플 등이 스마트폰을 앞세워 휴대폰 시장을 적극 공략하면서 노키아 전성시대는 저물게된다. 사실 노키아는 2005년 터치스크린폰을 애플에 앞서 개발했지만 '시장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이후 스마트폰 개발 및 판매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2012년 1분기 휴대폰시장 세계 1위 자리를 삼성전자에 빼앗긴다.

결국 2013년 휴대폰 사업부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에 54억5000유로(약 7조8650억원)에 매각한다. 당시 외신에선 '휴대폰 제국의 몰락'이란 기사가 쏟아졌다. '노키아의 몰락'은 트렌드를 읽지 못한 기업의 몰락을 설명하는 단골 주제로 꼽힌다.

NN이란 말은 현재 세계 1위(지난해 점유율 20.6%) 스마트폰업체 삼성전자를 추격하는 2위 업체 화웨이(점유율 17.6%)의 질시가 섞인 단어로 평가된다. 삼성전자가 노키아의 전철을 밟아야 화웨이가 스마트폰 세계 1위 자리를 꿰찰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웨이의 뜻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對) 화웨이 제재를 강화하고 있어 화웨이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핀란드 헬싱키의 노키아 매장에 걸린 로고. 연합뉴스

핀란드 헬싱키의 노키아 매장에 걸린 로고. 연합뉴스

참고로 노키아의 휴대폰 사업은 존재감이 미미해졌지만 회사가 완전히 기울어진 것은 아니다. 노키아는 현재 네트워크장비의 '강자'로 전 세계에 이름을 떨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델오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5G 네트워크장비 시장에서 노키아의 점유율은 15.8%로 세계 3위다. 1위는 화웨이(35.7%), 2위는 에릭슨(24.6%), 4위는 삼성전자(13.2%)다. 노키아의 시가총액(뉴욕증권거래소 기준)은 24일(현지시간) 기준 약 243억달러(29조25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은 233억유로(32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9억6000만유로(1조3392억원)을 기록했다.

또 하나. '노키아' 브랜드의 스마트폰은 부활했다. 노키아 전 직원들이 주축이돼 설립한 'HMD 글로벌'이란 핀란드 기업이 만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16년 12월 모바일사업부를 HMD 글로벌에 되팔았기 때문이다. 노키아는 홈페이지에서 'NOKIA 7.2' 'NOKIA 6.2' 등의 이름이 붙은 스마트폰을 소개하고 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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