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 소득에 세금 20% 부과
현실성 없는 과세 정책, 시장 음성화 촉진 우려
업계 "합리적 과세안 내달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0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0년 세법개정안 발표'에서 기본 방향 등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주태현 관세정책관, 고광효 소득법인세제정책관, 임재현 세제실장, 홍남기 부총리. 2020.7.22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0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0년 세법개정안 발표'에서 기본 방향 등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주태현 관세정책관, 고광효 소득법인세제정책관, 임재현 세제실장, 홍남기 부총리. 2020.7.22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기로 방침을 정한 가운데 업계에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22일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10월1일부터 가상자산에 대해 20%의 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매도금액에서 취득금액과 부대비용(수수료 등)을 빼고 남은 수익을 '가상자산 소득금액'으로 판단하고 여기에 20%의 세율을 곱하는 것이다.

기재부는 "국내에서 주식 등 다른 자산도 양도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점을 감안해 가상자산 과세가 타당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과세 인프라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오히려 거래 음성화만 부추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거래 추적할 방법 없는데…세수 위축 '역효과' 우려
그동안 가상자산 업계는 양도소득세가 아닌 '낮은 수준의 거래세'를 도입하자고 주장해왔다. 금융기관 등 중개인를 거치지 않고도 거래 가능한 가상자산 특성상 양도소득세를 도입하면 과세 회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출신인 김용민 한국블록체인협회 세제위원장은 지난 2월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상통화 과세방안 정책심포지엄'에서 "양도소득세는 조세원리상 타당하며 국제 기준에도 부합하지만 과세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아 거래 파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당장 도입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장재형 법무법인 율촌 세제팀장도 "낮은 비율의 거래세가 현재 상황에서는 가장 적합하다고 본다"고 했다. 양도소득세 대신 '낮은 수준의 거래세'를 도입해 세수를 확보하면서 과세 인프라를 정비한 뒤 양도소득세로 전환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부는 양도소득세를 도입해도 가상자산 소득 미신고 또는 부정행위 적발시 '강력 처벌'을 통해 탈세행위를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가상자산 소득을 신고하지 않다가 적발될 경우 최소 20%의 가산세를 내야 한다. 부정행위로 인한 적발인 경우 40%, 역외거래의 경우 60%까지 가산세율이 올라간다.

기재부는 "출처가 불분명한 가상자산이 원화로 거래돼 입금되는 경우 자금출처조사를 실시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성실신고를 유도할 방침"이라고 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거나 개인간 거래를 하는 경우 사실상 추적할 방법이 없어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자금의 해외 이탈이 만연해질 경우 정부가 어떻게 세수를 확보하려는지 의문"이라며 "거래소가 아닌 투자자들이 납세 의무자이기 때문에 이들이 장내거래를 계속 유지하면서 과세 체계가 자리잡아 나갈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더 고민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n번방 사건' 때 범인을 특정할 수 있었던 이유는 거래소를 통해 가상자산 구매자를 추적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라며 "거래소를 통하지 않은 가상자산 거래는 사실상 추적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또 "장내거래 유입을 촉구하고 독려할 필요가 있는데, 이런 부분이 충분히 고려된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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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비과세 혜택 기준…부글부글 끓는 가상자산 투자자들
가상자산 투자자들에게 비과세 혜택을 주는 기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주식시장이나 펀드 등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경우 연 수익 50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주는데다 손익통산 기간도 5년으로 설정해준 반면, 가상자산 투자자는 연수익 250만원까지만 비과세 혜택을 주고 손익통산 기간도 1년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주식투자자가 2020년에는 1억원 수익을, 2021년엔 2억원 손해를 봤다면 최종적인 손익은 '1억원 손실'로 계산돼 기존에 냈던 세금을 다시 돌려받을 수 있지만, 가상자산 투자자는 같은 상황에도 2020년에 1억원 수익에 대한 세금 1750만원((1억원*20%)-250만원)을 내야한다.

정부는 가상자산 시장만 유독 비과세 기준을 250만원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어떤 의미인지 우리도 잘 모르겠다. 이 기준이 어디서 나왔는지 기재부에 물어봤지만 확실한 답변을 얻지 못했다"고 답했다.

정부의 '찬밥 대우'에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가뜩이나 정부가 2017년부터 '가상징표', '거래소 폐쇄'등 부정적인 발언을 일삼으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찬물만 끼얹어 온 상황에서 기본적인 비과세 혜택조차 불공정하게 준다는 비판이 나온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청원인은 "이번 과세안이 당장 2021년부터 시행되면 한국의 블록체인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함에 있어 큰 페널티를 짊어 지게 된다"며 "과세를 거부하는게 아니라 합리적인 과세안을 내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김산하/김대영/정하은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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