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운더’에서 레이가 처음 맥도날드 형제들을 찾아가 ‘프랜차이즈를 만들자’고 제안했을 때 돌아온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형제는 이미 한 차례 실패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맹점은 형제의 레시피를 따르지 않았다. 대신 멋대로 브리토 등 다른 음식을 팔다가 외면받고 말았다.

형제를 설득하는 데 겨우 성공한 레이의 최대 미션도 가맹점 관리였다. 그는 가맹점주들이 맥도날드의 ‘스피디 시스템’을 훼손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애쓴다. 레시피를 지키지 않은 가맹점주에게는 “버거에 피클이 두 개 들어가야 하는데 왜 세 개를 넣었냐”며 화를 낸다. 이후 레이는 회사 정책을 잘 따를 만한 사람만 가맹점주로 뽑는다.

햄버거에 피클 하나만 더 들어가도 '큰일나는' 프랜차이즈의 세계
레이의 노력은 경제학적으로는 ‘주인-대리인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주인-대리인 문제는 주인이 고용한 대리인이 주인의 요구를 충실히 따르지 않거나, 주인이 아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정보의 비대칭성’에서 비롯된다. 주인은 대리인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맥도날드같이 가맹점이 많은 프랜차이즈에서는 이런 문제가 더 생기기 쉽다.

다른 의견도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가맹점이 오히려 직영점보다 주인-대리인 문제가 적게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직영점 직원들은 영업 실적과 관계없이 본사에서 매달 일정한 월급을 받는다. 그러나 자영업자인 가맹점주는 다르다. 가맹점 매출이 크게 오르면 더 많은 이익을 얻고, 잘 안되면 생계가 어려워진다. 알아서 좋은 종업원을 고르고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유인이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본부와 가맹점주가 끊임없이 소통하며 사업 목표를 공유한다면 더 크게 성공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최근 국내에서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단체교섭권을 허용하는 방안이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점주로 구성된 단체에 법적 지위를 부여해 가맹본사와의 협상권을 보장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주의 관계를 주인과 대리인을 넘어 ‘갑을 관계’로 보는 시각을 바탕에 뒀다. 프랜차이즈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이들은 “가맹본부와 가맹점은 계약을 맺고 함께 사업하는 파트너 관계”라며 “이를 주종 관계로 보는 것은 프랜차이즈 사업의 본질을 모르는 것”이라고 반발한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