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0% 시대의 도래로, 연 1% 이자의 은행 예금도 찾기 힘들어졌다. 이제 자산증식을 위한 투자는 필수다. 은행 이자 이상의 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 투자상품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문가를 통해 들어본다.[편집자주]



"대치동 부자들은 주식보다 채권을 좋아합니다. 높은 기대수익에 집착하기보다 안정적인 확정 수익을 주는 상품을 선호하죠.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채권 수요가 늘어나면서 '신종자본증권'이 인기입니다."

자산 100억원 이상을 보유한 고액자산가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어떤 곳에 투자하고 있을까. 이들이 추구하는 목표 수익률은 얼마며, 어떤 상품을 선호할까.

서울 대치동 신한금융투자 대치센트레빌지점에서 근무하는 문윤정 부지점장은 "연이은 부동산 규제로 임대수익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면서 자산가들이 채권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채권 가운데서도 금융지주사의 신종자본증권이 인기"라고 귀띔했다. 지난 15일 문 부지점장을 만나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으로 안전하게 연 3% 수익을 얻는 방법을 들어봤다.

연 3%대 수익 가능…금융지주사 신종자본증권

신종자본증권(조건부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합친 투자 상품이다. 주식처럼 만기가 없지만 채권 같이 이자를 지급해 하이브리드채권으로 불린다.

신종자본증권은 발행회사의 상황이 어려워지면 이자 지급이 중단되고, 원리금 상환이 후순위로 밀린다는 위험성이 있다. 다만 그만큼 높은 금리를 지급한다. 국내 4대 금융지주사 신종자본증권의 발행금리는 연 3%가 넘는다.
문윤정 신한금융투자 대치센트레빌지점 부지점장은 지난 15일 진행된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신종자본증권은 채권의 안정성과 주식의 수익성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라며 "국내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은 여전히 연 3% 수익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문윤정 신한금융투자 대치센트레빌지점 부지점장은 지난 15일 진행된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신종자본증권은 채권의 안정성과 주식의 수익성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라며 "국내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은 여전히 연 3% 수익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문 부지점장은 "부실 위험이 적은 우량기업의 신종자본증권을 매수하면 안전하게 높은 수준의 확정금리를 받을 수 있다"며 "코로나19로 환변동성이 커지자 자산가들이 브라질 채권을 처분해 금융지주사 신종자본증권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치동에 거주하는 중소기업의 대표인 김모씨도 최근 20억원 정도를 신종자본증권에 투자했다. 문 지점장은 "김 대표의 경우 자산 100억원 가운데 30억원이 금융상품에 해당하는데, 이 가운데 20억원을 최근 브라질 채권에서 신종자본증권로 옮겼다"며 "4대 금융지주사 신종자본증권에 각각 5억원씩 분산 투자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기대수익률은 연 3.1%다.

조기상환청구 5년부터 가능…주식처럼 매매도 가능

신종자본증권은 장내 채권 매매를 통해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 가격이 크게 움직이지는 않지만 저렴한 가격에 매수해 비싸게 파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거래량이 적다는 한계가 있다. 신용등급 'AA-'의 '신한금융지주 조건부자본증권(상)3-1'의 경우 지난 15일 200만주가 매매된 후 2주 넘게 거래가 없었다.

투자기간이 5년 이상으로 길다는 점도 부담이다. 금융지주사의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없어 영구채로 분류된다. 다만 대부분 5년 후 조기상환청구권을 부여해 5년 후부터 처분이 가능하다.

문 부지점장은 "만기가 길어 답답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3개월마다 배당을 받을 수 있고, 채권가격 상승에 따른 매매 차익도 가능하다"며 "연 3%대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제공하는 손에 꼽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금융지주사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자본 확충을 위해 신종자본증권을 경쟁적으로 발행하고 있다. 투자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 등은 지난 5월 이후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했다. KB금융 4000억원, 우리금융 7000억원, 하나금융 3000억원 규모다.

신종자본증권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문 부지점장은 "주식 투자와 동일하게 증권사 지점에 방문하면 수수료를 내고 간편하게 매수할 수 있다"며 "홈트레이딩서비스(HTS), 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MTS) 장내채권 매매를 통해 직접 매수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