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결국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

▽이스타, 완전 자본잠식 상태
▽1600명 직원 대량 실직 우려 현실화
​​​​​​​제주항공이 23일 결국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를 공식 발표했다. 인수·합병(M&A)이 무산되면서 2007년 전북 군산을 본점으로 출범한 이스타항공은 13년 만에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지난 20일 이스타항공 노동자 8차 총력결의대회에서 한 참석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주항공이 23일 결국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를 공식 발표했다. 인수·합병(M&A)이 무산되면서 2007년 전북 군산을 본점으로 출범한 이스타항공은 13년 만에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지난 20일 이스타항공 노동자 8차 총력결의대회에서 한 참석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주항공(13,700 -2.14%)이 23일 결국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를 공식 발표했다. 인수·합병(M&A)이 무산되면서 2007년 전북 군산을 본점으로 출범한 이스타항공은 13년 만에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 직원 1600명의 대량 실직 우려가 현실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6개월 넘게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도 제주항공으로의 인수를 기다렸으나 끝내 회사를 떠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법정 관리에 돌입하게 된 이스타항공의 올해 1분기 자본 총계는 -1042억원으로 이미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상태다. 업계에선 기업회생보다는 청산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점치고 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M&A 관련 주요 일지. 자료=한국경제신문 DB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M&A 관련 주요 일지. 자료=한국경제신문 DB

제주항공은 이날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이스타홀딩스와의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18일 SPA 체결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은 지 7개월여 만이다. 올해 3월 2일 SPA 체결로부터는 4개월여 만이다.

이스타항공은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07년 10월 전북 군산을 본점으로 설립한 저비용항공사(LCC)다.

이 의원은 지난달 본인의 가족이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소유한 이스타항공의 지분을 모두 회사 측에 헌납하겠다고 밝히면서 창업 당시를 회고한 바 있다. 이 의원은 "대기업이 국내 항공시장을 독식하던 2007년, '무모한 짓'이라는 주변의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국민을 위해 항공의 독과점을 깨고 저비용 항공시대를 열겠다는 열정 하나로 이스타항공을 창업해 직원들과 함께 피와 땀, 눈물과 열정을 쏟았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2012년까지 이스타항공그룹의 총괄회장을 맡았다. 19대 국회의원을 지내는 동안 형인 이경일 전 KIC그룹 회장에게 이스타항공 경영권을 넘겼으나 20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2016년부터 2년간 회장직으로 돌아왔다. 더불어민주당 19대 문재인 대통령 후보 중앙선거대책본부 직능본부 수석부본부장,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등을 역임한 후 다시 국회의원 뱃지를 달았다.

2015년 자본금 3000만원으로 설립된 이스타홀딩스는 이후 이스타항공의 지분 68.0%를 매입, 최대주주가 됐다. 이스타홀딩스는 이 의원의 아들인 이원준 씨(66.7%)와 딸인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이사(33.3%)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설립 당시 아들은 10대, 딸은 20대였던 점 등으로 불법 승계 의혹, 페이퍼컴퍼니 논란 등이 제기됐다.

이스타항공은 수년간 재무 건전성이 악화됐고, 국내 최초로 최신 기종인 보잉 737 맥스 항공기를 도입했지만, 해당 기종이 잇따른 추락 사고로 지난해 3월부터 운항을 중단하며 영업에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7월 일본 여행 자제 운동 확산과 환율 상승 등 악재 등으로 9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기도 했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서 끝내 M&A마저 무산된 만큼 이스타항공이 결국 파산 수순을 밟을 전망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M&A 과정에서 이미 여러 의혹이 불거진 만큼 새로운 인수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올해 2월부터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이스타항공 직원 1600명은 M&A 성사를 위해 임금 반납에도 동의했으나 끝내 대규모 실직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을 포기한 제주항공은 이후 이스타항공 인수에 나섰으나 결국 7개월여 만에 포기를 선언했다.

제주항공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의지와 중재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제주항공이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며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에 대한 우려도 큰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수전은 국내 첫 항공사간 M&A로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시장 재편을 이끌 것으로 귀추를 모았으나 끝내 무산됐다. 전면 운항중단(셧다운), 체불임금 책임 등을 놓고 양사 간 진실공방이 이어진 상황에서 향후 계약 파기 책임을 두고 소송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