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 결국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했다. 제주항공은 23일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했다고 공시했다. 사진=뉴스1
제주항공이 결국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했다. 제주항공은 23일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했다고 공시했다. 사진=뉴스1
제주항공이 23일 인수 포기를 공식 발표하면서 자력 회복이 불가능한 이스타항공은 파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신음하고 있는 다른 저비용항공사(LCC)들에 중장기 관점에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앞서 제주항공은 이날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이스타홀딩스와의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했다고 공시했다.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된 이스타항공은 기업회생보다는 청산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타항공의 올해 1분기 자본 총계는 -1042억원으로 이미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스타항공은 법정 관리가 불가피하고, 유동성 부족 및 자본 잠식 상황을 감안하면 청산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13년 만에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이스타항공에는 안타까운 일이나 청산될 경우, 국내 항공산업의 공급과잉 부담이 완화돼 다른 LCC들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 연구원은 "국내 항공산업의 문제점이던 공급과잉 부담이 완화되면서 운임 경쟁도 일부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스타항공이 보유한 슬롯과 노선 재배분 과정에서 현재 남아 있는 항공사에게 기회 요인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스타항공이 지난해 기준 국내선 점유율 9.5%, 국제선 점유율 3.3%를 기록한 만큼 향후 관련 기회가 타 LCC에게 돌아갈 것이란 전망이다.

또한 이스타항공을 인수했을 경우 지게 될 부담을 배제했다는 점에서 제주항공에 긍정적이란 의견도 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이스타항공 인수는 제주항공에 재무적 부담이 될 전망이었다"며 "인수금액 545억원과 이스타항공의 셧다운 등을 고려하면 자본잠식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타항공은 올해 1분기 당기순손실 410억원을 기록한 상태다.

다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비춰 현 시점에서 뚜렷한 LCC 업황 개선 조짐은 찾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여객부문의 회복이 가장 중요한데, 단기간에 회복을 기대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화물영업을 하지 못하는 LCC들은 이미 매출 급감에 따른 유동성 경색을 겪고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규모 운휴, 휴직, 유상증자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내놓은 상태다.

정 연구원은 "LCC 간 경쟁 강도 완화 기대감이 국내 항공사 주가에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나,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운항 차질이 매우 더디게 회복되고 있어 중장기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며 "화물 수송 호조로 이익 창출과 유동성 확보가 가능한 대형국적사를 LCC 대비 선호한다"고 밝혔다.

실제 이날 제주항공 주가는 장 시장 직후 9% 넘게 급등했으나 상승폭이 점차 줄어드는 흐름을 보였다. 오전 11시2분 현재 제주항공은 전날보다 300원(1.85%) 오른 1만655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편, 제주항공은 올 2분기 지난 1분기(영업적자 657억원)보다 영업적자 규모가 확대된 것으로 추산된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올 2분기 영업적자 컨센서스(국내 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846억원이다. 매출 컨센서스는 79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6% 급감한 규모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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