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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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이 끝내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하기로 했다. 지난 3월 이스타항공과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은 지 약 4개월 만이다. 체불임금, 국내·국제선 전면 운항중단(셧다운) 책임에 대해 양사 간 의견이 극명히 엇갈리면서 추후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1700억원 미지급금이 ‘발목’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내부적으로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를 결정하고 이르면 23일 오전 이스타항공에 계약 해제를 통보하기로 했다. 항공업계 고위 관계자는 “제주항공의 모기업인 AK홀딩스의 이석주 대표와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가 이미 국토교통부에도 계약 해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23일 예정된 항공산업 현안 관련 백브리핑에서 이 같은 내용을 설명하고 국토부의 중재 노력 등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 결국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
앞서 제주항공은 3월 이스타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는 이스타항공 주식 약 51%를 545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이스타항공은 항공기 운항을 중단하면서 직원들의 임금을 체불했다. 급격히 불어난 체불임금 등이 최종 인수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했다. 제주항공은 이달 초 이스타항공에 미지급금 1700억원을 이달 15일까지 해소하라고 요구했지만 이스타항공은 결국 기한을 넘겼다. 이후 제주항공은 지난 16일 “계약 해제 요건이 충족됐다”는 공문을 이스타항공 측에 보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중재 노력이 이스타항공 인수 계약 성사를 가를 막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제주항공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외연을 확장하기보단 내실을 다지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가 무산되면서 이스타항공은 결국 파산 수순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에서는 항공업황 회복이 불투명한 탓에 이스타항공이 법정 관리에 돌입하면 기업회생보다는 청산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항공의 인수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던 이스타항공 직원 1600여 명도 6개월간의 임금도 받지 못한 채 회사를 떠날 가능성이 커졌다.

추후 법적 공방 예고

업계에서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간 법적 공방이 뒤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이 계약 선행 조건을 충족하지 않았다며 계약 무산의 책임을 이스타항공에 넘기고 있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은 3월 체결한 계약서상의 선행 조건을 이미 충족했다는 입장이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이스타항공과 이스타홀딩스는 제주항공과 주식매매계약서상의 선행 조건을 이미 완료했지만 제주항공이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고 주장했다. 선결 조건 이행 여부를 두고 양사 간 입장차가 엇갈리는 만큼 향후 계약 파기의 책임을 두고 법정 공방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양측은 이미 법무법인을 통해 계약금 반환 등을 위한 법리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가 모두 계약 파기 시 책임 소재와 계약금 반환 등을 법적으로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계약 이행 청구 소송 등 양측의 소송전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스타항공도 “계약이 무산될 경우 계약서 공개를 통해 책임 소재를 명명백백히 밝히겠다”고 공언한 만큼 진흙탕 싸움도 예상된다.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는 SPA 체결 당시 책임자였던 이 대표와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 간의 녹취 파일까지 공개하면서 제주항공을 비난하고 나섰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주식 취득 결정 및 계약 해제 여부는 공시 사항”이라며 “공시 전까지는 (계약 해제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