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두산의 모트롤BG 매각을 진행 중인 두산그룹이 사업부 분리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방산부문을 그대로 유지하면 해외 업체에 매각하기 어려워지고, 분리하자니 기업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해외 투자자는 두산그룹 측에 매물로 나온 (주)두산 모트롤BG의 사업부 분리를 요구하고 있다. 모트롤BG는 유압기기부문과 방산부문으로 이뤄졌다. 해외 기업이 방산 회사를 인수하려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외국인 투자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산업부는 이를 방위사업청과 협의해 결정한다.

2018년 금호타이어 매각 당시에도 군용 타이어를 납품하는 방산 사업부가 걸림돌이었다. 당시 정부는 군용 타이어의 매출 비중이 0.1~0.2%에 불과하고 방산에서 타이어의 중요도 역시 크지 않다고 판단해 해외투자를 승인했다.

그러나 (주)두산의 모트롤BG는 상황이 다르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주)두산은 건설 중장비용 유압기기와 방위산업용 유압부품을 생산하는 국내 1위 업체다. 방산부문 매출 비중이 20%를 차지할 뿐 아니라 모트롤BG의 연구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방산부문이 군용기술로 먼저 개발한 뒤 유압부문에 넘기는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해왔다. (주)두산이 세계적인 유압기기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다.

두산 측은 사업부를 분리하면 기업가치가 떨어져 4000억~5000억원으로 예상되는 매각금액을 제대로 받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연내 1조원의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 두산의 자구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